독자투고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없다면 반복된다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없다면 반복된다

by 운영자 2016.10.17

-대구 희망원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죽음에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좌절하고 힘이 없을 때 어떠한 매개로 인해 ‘희망’이 생겨 다시 회생하고 회복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중도장애로 인해 좌절하고 분노에 찼을 때, 이를 제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때론 부정하고, 또 때론 긍정하며 재활에만 매진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라며 좌절하고 한계에 부딪혔을 때, ‘자립생활’이라는 이념과 철학을 만나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대구 희망원 사건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일지 모르나 원내 생활인들에게는 ‘절망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대구 희망원에서는 최근 2년 8개월 동안 관리 소홀로 인한 원내 학대 등이 발생, 129명이 생을 달리했습니다.

특히 이 시설은 이처럼 많은 원인 모를 원생들이 죽어갔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이후 2014년까지 6회 연속으로 사회복지 우수시설로 선정됐고 2006년에는 최우수 사회복지시설로 선정되는 등 장애인을 비롯한 전 국민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이 없어졌지만 이곳에서의 죽음은 합리·합법적으로 용인돼 왔습니다.

1960~70년대 형제복지원에서 끝나야 했던 ‘시설’문제가 지역 곳곳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침묵하고 외면하는 이 순간에도 광주 인화학교사건, 대전 성지원 사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등의 비슷한 유형의 사태들로 많은 장애인들이 인권유린과 학대, 노동력 착취 등을 당하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최소한 문명을 가진 국가라면 이러한 일들이 반복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나쁜 시설’의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착한 시설’이 더욱 문제입니다.

UN의 인권이사회 의장국이 된 우리나라에서 인권을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시설의 ‘존재’ 자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권의 측면에서 시설에서 벗어나 자립생활을 위해 지역사회 인프라를 조성하고 아무리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장애를 느끼지 않고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