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이색 송년모임

이색 송년모임

by 운영자 2016.12.30

기고 - 이색 송년모임
직원 화합 다지고 나눔도 실천하고
연말이다.직업상 크고 작은 행사 진행을 해오면서 매년 이맘 때면 의례적인 송년행사를 매일같이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 겪은 매우 색다른 송년회 풍경을 소개할까 한다.

지난 12월 23일 저녁 순천 중앙동 천태만상 창조센터 1층 동네부엌 사업장 도시락카페로 손에 선물꾸러미를 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벽면에 ‘희망, 소망, 반성, 다짐’ 등이 적힌 큼직한 전지가 붙어있고, 식탁 한쪽에 20여 개의 선물꾸러미가 가지런히 놓였다.

카페 한 가운데는 ‘주고받기함’이라 적힌 종이 상자가 놓여있다.

사회를 맡았던 필자가 그 모임의 ‘막내’를 불러냈다. 이제 갓 2개월 된 새내기 직원이란다. 송년의 밤 행사를 여는 개회 선언을 부탁하니

“지난 2개월 동안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는 보답하는 한해가 되겠습니다.”

라는 다부진 각오로 포문을 연다.

참석자들의 박수와 함성이 이어지고, 부서장이 먼저 전 직원들의 특기와 장점 그리고 가지고 있는 끼를 표현한 짧은 글이 담긴 액자와 함께 감사의 의미를 전하는 작은 선물을 전달한다. 수고했다는 의미를 담은 기념품을 전달한다.

그리고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음식을 나누며 한 명씩 ‘주고받기함’에 현금을 넣고 함 속에서 이름이 적힌 종이비행기를 꺼내 그 이름을 호명한다.

이름이 불린 이들은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격려의 인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순천시청 시민소통과 직원들의 신선하고 훈훈한 송년의 밤 풍경이다.

대부분의 직장 송년회는 식당에서 저녁과 함께 음주, 여기에 더해지면 2차는 노래방에서 1년간의 회한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순천시청 시민소통과의 연말 송년회 장소는 일반 식당이 아닌 순천시 중앙동의 동네 엄마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파는 예비 사회적기업 ‘동네부엌’이었다.

엄마 손 맛이 느껴지는 집 밥을 직장 동료들과 나누면서, 사회적 기업도 도와 지역의 경제를 조금이나마 도우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이들 송년회의 정점은 단순하게 직원들만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성금 모금이었다.

집에서 동료를 위한 선물을 가지고 와서 서로 교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날 모아진 30여만 원의 성금은 지난 27일, 결연을 맺은 행복돌봄 가정, 매곡동의 어려운 이웃 9세대를 방문해 안부를 살피며 전달됐다.

자칫 연말의 들뜬 기분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도 있는 송년회를 소소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과 조직 그리고 주변을 함께 되돌아보게 하는 작지만 큰 감동을 나눈 값진 송년 모습이 이 어려운 시국에 더욱 빛났다.

이날 처음 행사장에 들고 왔던 선물은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로 바뀌어 우정과 화합,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가득 담아 가는 시민소통과 직원들의 밝은 얼굴에서 다가오는 한 해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