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배려의 아름다움

배려의 아름다움

by 운영자 2017.04.03

승용차를 몰다보면 종종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있다. 도로를 태평스레 건너며 차의 진행을 가로막는 사람을 볼 때다.도로를 무단 횡단해서라기보다 바쁜 차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 부리는 그 태도가 얄밉다.

자기 때문에 차가 멈추고 있는데 그리 눈치 없이 행동할 수가 있는가. 운전자를 생각해서 몇 걸음만 빨리 가주면 좋겠는데, 차야 가건 말건 그건 당신 사정이고 나는 알 바 아니라는 듯이 느긋하게 양반걸음을 고수하는 모습이라니!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길을 건너다가 저만치서 차가 온다고 하면 얼른 발걸음을 빨리해 차가 멈추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작은 일이지만 운전자의 편의를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1차선을 달리다가 뒤에서 급한 차가 오면 나는 얼른 오른쪽 깜빡이를 넣으면서 2차선으로 비켜준다.

바쁜 차에게 길을 양보하고 나면 내 마음이 편하다. 어떤 이는 뒤에서 빵빵거려도 절대 안 비켜준다고 한다.

‘바쁘면 네가 바쁘지 내가 바쁘냐’는 심산이다. 그러나 굳이 그런데서 알량한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있는가?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다. 2차선을 달리다가 무심코 1차선으로 바꿨는데, 뒤에 오던 차가 곧장 나를 추월하더니 다시 내 차 앞으로 바짝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멈칫했는데, 분명 고의적이고 감정적인 반응 같았다. ‘보복운전? 내참, 별꼴 다보겠네! 아무리 자기 앞길을 막았다고, 이런 식으로 앙갚음을 해?’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기를 부리는 사람이라면 다시 추월해서 그 차를 앞서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부질없다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두었다.

운전을 하며 기분 상할 때는 정작 따로 있다. 신호대기 중에 뒤차에게 재촉 당하는 경우다. 어쩌다 무슨 생각에 빠져 신호등 바뀐 것을 잠깐 놓치는 수가 있는데, 그 새를 못 참고 뒤에서 “빵!”하고 경적을 울린다.

좀 기다려주면 안 되나? 얼른 가고 싶지 않은 운전자가 어디 있겠는가. 세상이 참 여유 없고 각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공장소에서도 언짢을 때가 종종 있다. 앞사람이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서 바로 뒤에 사람이 따라오는데도 문을 그냥 놓아버리는 것이다.

뒤에 오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문을 바로 놓지 말고 잠깐 뒷사람이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러한 작은 마음씀씀이가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살맛나게 해주는 것이다.

불가(佛家)에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말이 있다. 돈 없이도 이웃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의 보시(布施)를 일컫는다.

여기에는 온화한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화안시(和顔施)와 자애로운 눈빛을 보내는 자안시(慈眼施), 따뜻한 말을 하는 언사시(言辭施)와 몸소 행동으로 도와주는 사신시(捨身施)가 있다.

또한 따뜻이 마음을 써주는 심려시(心慮施)와 앉을 자리를 내주는 상좌시(床座施),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방사시(房舍施) 따위가 있다.

모두 돈을 들이지 않고 이웃을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배려가 아니겠는가.

미국 어느 모텔 직원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비바람이 치는 늦은 밤이었다. 한 노인 부부가 시골의 작은 모텔에 들어왔는데, 공교롭게 빈 방이 없었다. 안내소의 직원이 그냥 돌려보내기가 딱해서 이렇게 말했다.

“누추하지만 제 방에서라도 주무시겠습니까?”

그들은 직원의 방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모텔 직원은 그 노인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뉴욕으로 와 달라는 내용과 함께 항공권이 들어 있었다. 뉴욕에 도착하자 노인은 그를 맨해튼에 있는 미국 최고의 호텔로 데려간다.

“이 호텔의 운영을 당신이 맡아주시오.”

노인은 백만장자였고, 자기에게 잠자리를 제공한 따뜻한 마음씨에 보답하고자 한 것이다. 그 직원은 호텔을 성공적으로 운영했으며, 결국 노인의 딸과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1893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배려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선량한 마음으로 베푼 조그만 친절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처럼 무심코 행한 선행은 기적과 같은 답례로 돌아와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배려는 힘든 일이 아니다. 나의 편의보다 상대방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대가 따위는 바라지 않아야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저 베풀고 곧장 잊어버리는 것이 참된 배려라고 본다.

그러나 그 따뜻한 마음씨는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고 아름다운 열매로 되돌아오지 않을까? 미국 최고 호텔의 경영자가 된 시골 모텔 직원의 경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