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세계 여성의 날 유감
<특별기고> 세계 여성의 날 유감
by 운영자 2014.03.11
<강석태>
·교육평론가
엊그제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서유럽 사회가 산업 혁명과 시민 혁명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여성들의 지위가 기존사회와 크게 달라졌습니다. 가정주부라는 지위로 집안에서 가사와 육아에만 종사하던 여성의 사회진출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시장에 진출한 여성들에게 남성보다 가혹한 노동조건을 요구하면서도 처우가 그에 미치지 못하자 여성문제가 큰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여성 노동자들의 불만이 1857년 미국 뉴욕 시에서 폭발했습니다. 방직, 직물 공장의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일으켰으며, 연이어 1859년 3월에 이 여성들이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해 보다 조직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인 여성 노동자의 권익 찾기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1908년 2월 28일에는 또 한 번 전국적으로 1만5000명이 참가한 대규모 여성 노동자 시위가 열려, 근무시간 단축, 임금 향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면서 뉴욕 시로 행진했습니다. 드디어 1911년 3월에 유럽 여러 나라 여성 100만 명이 넘는 여성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렇게 20세기 초에 유럽과 미국에서 여성의 산업계 진출에 따른 지위 향상의 욕구가 분출하면서 구체적으로 참정권 요구, 처우 개선의 요구에 대한 시위가 잇달았습니다.
한편 1917년 러시아에서도 2월 마지막 일요일에 여성들의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빵과 평화’를 연호하면서 식량 부족 해결 전쟁 종결을 요구하였는데, 이로 인해 제정 러시아가 막을 내린 동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으로 볼셰비키의 소비에트 정부가 수립된 뒤 혁명을 주도했던 여성 지도자가 레닌을 설득하여 왕정 붕괴를 일으켰던 그 2월 23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달력으로 그날이 2월 마지막 일요일이었는데, 서구 사회가 사용한 그레고리력으로는 3월 8일이었습니다.
그 이후 세계적으로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77년 UN이 여성의 권리와 세계 평화의 날로 이 날을 선포하여 드디어 전 세계적인 기념일로 대우를 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세계 여성의 날은 1920년 일제 강점기에도 불구하고 몇몇 뜻있는 분들에 의해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오다가 해방을 맞았으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서는 그 정권들의 탄압으로 인해 공개적으로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85년에 비로소 이 날을 공개적으로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온전히 하나의 축제일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긴 여정이었습니다.
그처럼 우여곡절 끝에 이날을 맞이한 우리 사회의 여성들의 삶은 과연 좋아졌거나 좋아지고 있습니까?
다소 극단적인 말을 하자면 아직은 19세기 시대의 여성의 지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근간에 한창 유행했던 ‘된장녀’라는 비속어가 말하듯이 여성에 대한 사회, 특히 남성들의 평가가 곱지 않은 것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명절이면 며느리라는 멍에로 중노동에 시달리고, 직장에서는 똑같은 자격. 실력인데도 남성보다 못한 처우, 갖은 잔심부름을 강요당하고, 성폭력의 위험선상에서 떨어야 하는 것이 실상이 아닐까요.
실제로 작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性)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36개국 중 꼴찌에 가까운 111위입니다.
우리의 앞뒤에 109위 아랍에머리트, 112위 바레인이 있습니다.
이 통계, 곧 성 격차지수란 것은 그 나라의 경제참여와 기회, 교육, 정치적 영향력, 건강 등 4개 분야에서 남녀 간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가를 측정한 것입니다.
이런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여성의 지위는 아랍권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 내외에 들었다고 자부하면서도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지위가 이처럼 뒤쳐져 있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지면에서 왜 그런가를 자세히 따질 순 없으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상존하는 가부장적인 구습과 그에 업힌 남성우위사상이 그 원흉이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여성은 우리의 어머니로 대표됩니다. 그리고 천지로 비유하면 하늘 아버지에 대응하는 대지 어머니입니다.
하늘은 우리에게 기운을 주고 땅은 우리에게 영양을 공급해 줍니다. 하늘만 홀로 존재한다면 여느 별들과 다르지 않는 황무지가 될 것이나, 우리의 지구는 특별히 생물을 생육하는 구실을 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난 여성을 ‘땅의 어머니’로 부르고자 합니다. 그런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전까지 여성은 남성의 하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살아오다가 이제 잠을 깨고 일어서 달력에다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란 표지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한국 사회는 실질적인 여성의 날은 전도요원한 감을 주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높아졌음에도 여성 문화가 이처럼 하위권에 맴돌고 있는 것은 앞에 지적한 바와 같은 뿌리 깊은 가부장적 인습 때문입니다.
이것은 여성들의 자각과 단결로 쟁취할 문제이며, 남성들도 여성 어머니 없이 자기 존재가 없었다는 것을 깨우치고 하루 속히 선진국 수준인 남녀/여남 동등사회로 나아가도록 힘쓸 것이 요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