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어느 운전기사의 이야기

어느 운전기사의 이야기

by 운영자 2016.03.11

여천 학무과장 시절 밤늦게 여수에서 택시편으로 순천까지 오게 됐다. 이 이야기는 그날 택시기사와 나눈 얘기다.

택시기사는 배필을 구하기 위해 선을 본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모두 아홉 번 선을 봤는데, 마지막 선을 본 여인과 결혼을 했다. 그가 그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된 까닭은 이렇다.

그는 아홉 번째 선 자리에서 여느 때와 같이 오동도 산책을 하고 나와 횟집에 들러 장어회 2인분을 시켜놓고, 선 자리의 대화 주제가 늘 그렇듯, 앞으로 만일 둘이 결혼할 경우 신접 살림의 새 설계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낯선 사람과의 식사가 그렇듯 둘은 자리를 일어설 때까지 채 1인분도 다 먹지 못했다.

그런데 이 여인이 ‘못 다 먹은 생선회를 집에 있는 동생에게 싸다주면 맛있게 먹을 텐데’하며 가져가면 어떻겠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여덟 번 선을 볼 때까지 한번도 이런 경우가 없던 터라 남자는 “첫 선을 보는 자리에 궁색하게 무슨 소리요”라며 일부러 화를 낸 체 했지만, 무안을 당하면서까지 남은 음식이 아까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여인의 근검절약한 생활 태도에 내심 감동을 받았다.

그는 마침내 “지금까지 찾던 반려자가 바로 당신”이라며 결혼 승낙을 간청, 오늘의 부부가 됐다고 한다.

나는 그의 이야기가 하도 고맙고 대견스러워 다른이가 펑펑 쓰다 남은 욕실바닥의 비누거품을 그러모아 목욕을 할 정도로 절약을 실천하던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의 일화를 그에게 들려줬다.

우리 주위에는 분에 넘치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택시 운전기사와 김용기 장로의 근검 절약의 생활 자세야 말로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정신과 태도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