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보드게임 수업을 진행하면서 …….

보드게임 수업을 진행하면서 …….

by 운영자 2017.03.30

일주일 중 하루 저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장애인이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도전하며 세상 속에서 섞여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받는 곳, 바로 순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장애인들입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보드게임을 합니다. 수학 연산을 해야 하는 게임이죠. 사실 지적장애도 급에 따른 수준차가 있기 때문에 연산의 속도 차가 있어 상대방이 계산을 하는 동안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이 있습니다.

2자리 수도 있지만 지적상태를 고려했을 때 한자리 수로 진행했습니다.

덧셈과 뺄셈에 대한 개념도 어려운 분이 계셔서 “제외하고 할까요?” 라고 물었지만 멤버들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느려서 그렇지 천천히 하면 함께 할 수 있어요.”

그 대답에 저는 부끄러우면서도 이분들이 참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수학 연산 보드게임을 하는 날에는 바둑돌이 늘 함께 합니다. ‘7-2’를 계산하는 데도 바둑돌 한 움큼을 쥐어 하나씩 내려놓고 하나씩 다시 빼 봅니다. 한참이 걸리고 계속 반복되는 긴 시간임에도 멤버들은 군소리 하나 없이 그분을 지지하며 기다려줍니다.

저는 이분들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방법과 기술을 가르쳐 드리겠다는 의지와 일념으로 이곳 문을 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저는 이분들께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습니다.

잘난 사람이 앞장서서 혼자 빨리 가는 세상이 아닌 기다리고 배려해 주며 더불어 같이 가는 세상. 우리는 사실 이런 세상을 원했던 것 아닌가요?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그림과 현실이 많이 대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약자’라는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무조건 안 되면 제외시키고 항상 도와주고 뭔가 대신 나서서 다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분들을 지금까지 대해 오지는 않았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방법과 기술이 아닌 ‘진심’ 을 배우게 해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함께해 주셨던 보드게임 멤버들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