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특별기고>추억과 감동이 있는 졸업식을!

<특별기고>추억과 감동이 있는 졸업식을!

by 운영자 2014.02.20



<김광섭>
- 광양여중 교장

입춘도 지나고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양지에는 새싹들이 움을 틔우기 시작하고 있다.

초중학교를 시작으로 각급 학교가 졸업을 하는 계절이다.

학교 앞 가게는 꽃 파는 상인들이 북적이고, 축하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삼삼오오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길게는 6년에서 짧게는 2년이라는 세월을 친구,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고 상급학교로, 더 넓은 사회로 나가는 길목에서 졸업식은 끝이 아니오, 시작임을 알리는 출발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학교 졸업식을 들여다보면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과 더불어 한심스럽기 그지없고,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소란하기 짝이 없는 대학의 졸업식장, 학생 수가 많다는 이유로 각 교실에서 TV모니터를 통하여 일부만이 참여하는 식을 구경꾼이 되어 보고 있는 졸업생들, 아직도 남아있는 몸에 밀가루를 뿌리는 일, 교복을 찢는 모습 등 자기가 살았던 생활의 장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모습이 이렇게 끝난다면 분명 지도의 잘못인가 아니면 학생들의 지나친 일탈인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마치 자유를 누리지 못해 고통을 느낀 사람들이 감옥을 나오면서도 하지 않는 행위들을 볼 때 한마디로 난장판 같은 느낌이다.

일본에서 장기간 체류할 기회가 있어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졸업식을 참석해 본 경험에 비추어 바다를 사이에 둔 두 나라간의 졸업식 풍경이 이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해마다 졸업식 때가 다가오면 떠올리게 된다.

2월에 일본의 초등학교에 전학하게 되어 한국에서 6학년을 마치지 못한 우리 아이는 3월 한 달 동안에 약 2주일 이상 졸업식 연습을 한 후 식장에 참석했다.

졸업식날 당일 강당에서 축가와 더불어 식이 시작되자 움직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며,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교장 선생님이 직접 졸업장을 전하여 주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여기에 불만을 품은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학사 보고 순서에는 딱딱한 교감 선생님의 보고가 아닌 아이들이 1학년 입학하면서부터 6년 동안 학교생활에서 체험한 과정의 것들을 이야기로 엮어 모든 학생들이 기록한 것으로 순서에 따라 발표하면서 모든 졸업생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또 헤어지면서 교장 선생님께서는 살아가는데 지표가 될 액자를 자신이 손수 정성들여 붓글씨로 써 기념품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OECD가 발표한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 세계 43개국 가운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결석이나 지각을 하지 않고 학교에 열심히 다니지만 ‘우리학교’라는 소속감을 느끼는 학생의 비율은 41.4%로 최하위를 기록하는 특이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삶의 장’이며 ‘학습의 장’인 학교가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고 있다면 교육을 담당한 모든 주체들이 깊이 생각해 볼 과제이다.

이제는 모두가 학교의 졸업식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그 역할은 정부가 아니며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교사들의 몫이다.

떠나가는 제자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떳떳하게 세상을 살아가기를 기원하고, 헤어짐이 섭섭하여 몰래 눈물을 삼키는 선생님들이 아직도 계시기에 우리는 장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도시에 있는 규모가 큰 학교, 두메산골에 있는 작은 학교 등 형편이야 다를 수 있지만 20~30년이 지난 훗날 “우리 20년 후에 이 학교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다짐하는 추억과 감동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짜내어 거친 항해를 시작하는 졸업생들 가슴에 심어 준다면 우리 미래는 좀 더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