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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구름’ 대표 최정진 작가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과 시간을 팝니다

‘생각구름’ 대표 최정진 작가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과 시간을 팝니다

by 운영자 2016.03.18


시(詩) 읽고 배울 수 있는 카페
매월 주제별 책 전시ㆍ강좌도
공부?일 위한 시간제작업 공간
‘시는 죽었다’고 흔히들 말한다. 시(詩)를 읽지 않고 때문에 짓는 이도 드문 세상이기 때문이다.

순천 중앙동의 ‘생각구름’은 ‘시가 죽은’ 세상에 시를 권하는 곳이다.

이곳의 주인장 최정진 작가는 2007년 계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2011년에는 첫 시집 ‘동경’(창비)을 발표했다.

때문에 이곳은 도처에 ‘시’가 흐른다. 벽면 한켠 가득 책장을 짜두고 그곳에 시집을 꽂았다. 몇 권인지는 세어 보지 않았지만, ‘웬만한’ 시집은 거의 다 있단다. 뿐만 아니라 미당 서정주와 이성복 시인의 초판 시집 등‘귀한’ 것들도 만날 수 있다.

‘생각구름’에서는 시를 읽고, 시에 대한 생각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시를 공부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시낭독회나 소규모 강연 등도 준비됐다.

오는 19일과 20일에는 ‘이 경우 사과는 누가 깎아야 하나’ 등 실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재미나고 또 애매한 상황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수다 토론’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주인장이 달마다 그 달에 어울리는 주제를 선정, 그 주제와 어울리는 책 전시를 하고 있다.

선정된 주제를 통해 시와 글을 읽고, 다른 이들의 생각과 기억을 나누기 위한 자리다.

3월은 ‘3.8세계여성의 날’을 염두에 두고 주제를 ‘여성’으로 선정했다.

이달의 작가는 여성주의 시인 가운데 한 명인 김혜순 작가.

생각구름에 들어서면 바로 왼편에 ‘피어라 돼지’, ‘당신의 첫’ 등 김혜순 작가의 시집을 만날 수 있다.

4월은 아마도 삶과 죽음 또는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 보내야 했던 작가나 글이 주제가 될 것이다. 3년 전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여전히 아린 기억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달이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세월호 관련 책뿐만 아니라 남편과 외동딸을 잃은 미국의 작가 존 디디온이 이 두 사람과 함께한 기억들을 담은 책 ‘푸른밤’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우리, 이런 공간 필요했잖아요.’
동병상련(同病相憐).
‘생각구름’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시인인 그에게는 생각을 하고, 생각을 모으고 그 생각들을 정제해 시를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생각구름’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그도 이 카페 저 카페를 옮겨 다녀야 하는 ‘보따리족(族)’이었다.

잡다한 소음 때문에, 문 닫는 시간 때문에, 때로는 오래 머무는 것이 눈치가 보여서…. 여러 이유로 정착할 수 없었고, 생각이나 작업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 보니, 그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는 대화나 음료 위주의 ‘북적북적’하는 카페가 아닌 생각과 시와 휴식과 작업이라는 ‘목적’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목적에 맞게, 테이블의 높이는 카페의 그것처럼 낮지 않고 책상과 같거나 비슷한 편한 높이로 맞췄다. 의자 역시 과하게 푹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일하기 마침맞은 것으로 채웠다.

이곳은 시간제 카페로 운영된다. 필요한 시간만큼의 사용권을 결제하면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기본 1시간에 2000원. 1시간 추가될 때마다 1000원이 더해진다. 1일 이용권은 6000원.

시간제 카페 시스템은 2011년 모스크바에서 1분당 1루블(우리 돈으로 약 30원)을 받는‘치페르블라트(Ziferblat)’라는 카페가 개설되면서 처음 시작됐다. 치페르블라트는 독일어로 ‘시계’라는 뜻.

“생각구름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변의 불필요한 소음 없이 나만의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곳”이라는 최씨는 “더불어 시를 즐기고, 생각을 나누고 모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