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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순천 대금동호회 ‘우리소리 배움터’

<인터뷰> 순천 대금동호회 ‘우리소리 배움터’

by 운영자 2015.04.10

“대금은 삶의 휴식이자 위안이고 흥이죠”
1990년 결성 … 숨결이 소리 되는 ‘매력’

‘띠리리~’

밤을 조용히 가르는 대금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운다. 순천의 대금동호회 ‘우리소리 배움터’ 회원들의 대금 연주 소리다. 가만히 서서 한참을 듣는다. 어떤 곡은 애절하고, 또 어떤 곡은 흥이 느껴진다.

지난 1990년 만들어진 대금동호회 ‘우리소리 배움터’는 현재 20여 명 남짓한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순천 조례동 순천공고 부근의 연습실에 모여 대금 연주를 한다.

이곳에서는 궁중의 제사나 연회 등에 쓰인 ‘정악’과 서민들이 주로 부르던 ‘민속악’ 등 대금의 기초부터 단계를 밟아 배울 수 있다.

“10여 년 전 레코드가게에서 우연히 이생강 선생의 대금 연주를 들었어요. 그 소리가 얼마나 애절하면서도 좋던지 그 자리에서 바로 CD를 구입했어요. 그게 대금과의 첫 인연이에요.”

“대금은 우리의 정서가 담겨 더 매력적”이라는 배영동씨는 “대금이 삶의 위안이 되고 휴식이 되고 흥이 된다”고 덧붙인다.

‘소리 내는 데만 3년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배우기 어렵다는 대금. 하지만 이들은 그것이 더 큰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3년째 대금을 배우고 있는 최광범씨는 “대금은 불면 불수록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며 “또 배울수록 연습할수록 소리에 숨결이 담기고 알차져, 그 성취감에 대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동호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황형기씨도 “어려울까 봐 겁이 나 시작을 못하다,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죽자’는 마음에 대금을 시작했다”며 “어렵지만 숨결이 소리가 되는 아름다움이 대금에는 담겼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대금에 대한 편견과 우리 음악을 배우려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아는 사람이라면 구슬픈 장면에 자주 깔리는 배경음악을 기억할 거예요. 그 소리가 바로 대금으로 연주한 ‘청성곡(淸聲曲)’이에요. 이 곡 덕에 대금 소리가 사람들에게 친숙해지기는 했지만, 또 그것 때문에 대금은 구슬프거나 무서운 느낌이라는 편견이 생겼어요. ”

선해영 회장은 “대금도 곡조마다 다른 소리를 내며 다른 분위기를 충분히 낼 수 있다”며 “트롯을 비롯한 대중가요나 동요, 종교음악 등 모든 음악 연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대금 소리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배우기 시작한 순천의 대금동호회 ‘우리소리 배움터’ 회원들. 이들은 이제 대금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깨고, 더 많은 이들에게 대금소리를 들려주겠다는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이들은 더 즐거운 인생을 위해, 더 많은 이들에게 대금을 알리기 위해 두평 남짓한 컨테이너 연습실에서 오늘도 ‘뜨겁게’ 대금과 입을 맞추고 있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