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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기획 인터뷰> 가장이 된 결혼이주여성 ‘쟈스민 비판쵸’씨

어버이날 기획 인터뷰> 가장이 된 결혼이주여성 ‘쟈스민 비판쵸’씨

by 운영자 2015.05.07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5년 전 남편과 사별 … 홀로 세 딸 양육
“남편을 보내고 나서, 건강은 더 악화됐는데 혼자 힘으로 생활해야 하니까 많이 힘들죠. 그래도 아이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어요.”스물넷 꽃다운 나이에 필리핀에서 이주해 와 어느덧 초등학생 세 딸의 엄마가 된 쟈스민 비판쵸(37·사진)씨.

그녀는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지역복지센터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며 자녀들과 함께 씩씩하고 밝게 생활하고 있다.

때문에 쟈스민씨 가정은 한국부인회 순천지회로부터 올해의‘행복한 다문화가정’ 표창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과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쟈스민씨는 남편과 함께였던 당시만 해도 영어 과외, 방문 교사, 학교 방과 후 교사, 학원 교사 등 4가지 일을 병행했었다.

“이제는 복지센터에서만 일하고 있어요. 오후 1시쯤 출근해서 저녁 7시면 돌아와요.”

아이들의 아빠가 떠난 뒤, 일주일을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상실감을 크게 겪었다는 쟈스민씨는 ‘자신마저 아이들을 떠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을 줄였다고.

일을 줄인 만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그에 대한 기쁨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먼저 다가왔다.

“아이들 셋 다 옷 값, 학원비가 각각 들어가니까 생활은 많이 빠듯해요. 그래도 필리핀에 계신 친정 엄마는 늘 ‘돈이 없어도 열심히 배우면 걱정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잘 가르치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고 그러니까 노력해야죠.”

그녀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2층에 사는데 여름에도 무서워서 창문을 못 열어요. 잘 때 베개 밑이나 침대 밑에 항상 망치를 두고 자요. 나쁜 사람이 갑자기 들어올지도 모르니까요.”

남편 없는 이국땅에서의 밤은 언제나 두려웠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자, 평소 앓고 있던 심장질환은 더욱 악화됐다.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필리핀에서는 가사 도우미가 있을 정도로 큰 어려움 없이 자라, 집안일에는 서툴기만 했던 그녀지만 이제는 된장도 직접 담글 정도로 못하는 한국 요리가 없고 케이크 등 못 만드는 간식이 없다.

이게 모두 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는 쟈스민 씨.

“막내는 아토피가 있어요. 직접 만들어 먹여야 하죠. 돈이 없어도 아이들이 건강하기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가진 건 없어도 뭐든 다해주고 싶다는 그녀. 좋은 엄마 그리고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꿈으로만 간직해온 경찰관이 되려, 얼마 전부터는 한국어 능력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큰딸은 약사, 둘째는 연예인, 막내는 수녀가 되고 싶어 해요. 저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니까요.”

지난 어버이날, 세 아이가 만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쟈스민씨의 얼굴은 어떤 꽃보다도 아름답게 빛이 났다.

[교차로신문사/ 이보람 기자 shr55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