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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떡 공예가 여미현씨

인터뷰> 떡 공예가 여미현씨

by 운영자 2015.06.17

평범한 떡에 아름다움과 재미를 입히다
공예와 떡의 만남 … 즐거움‘두 배’
안전한 먹거리 위해 5년 전 시작
콩·깨·딸기 등 건강한 재료 매력
낮은 인식 안타까워 … 위상 높일 터
저소득층 어린이 체험 봉사 계획도
예부터 우리나라는 집 안팎의 기쁘고 슬픈 대소사에 떡을 빼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별식으로도 수시로 떡을 즐겼다.서양 문물이 들어오며 달콤한 빵에게 그 자리를 내놓았지만, 몇 해 전부터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진화하며 ‘제자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빵은 국가공인자격을 취득할 수 있지만 떡은 민간자격뿐이에요. 떡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사실이 자존심 상하더라고요. 왜 우리 전통음식 떡이 서양의 빵보다 낮은 대우를 받나 하고 말이죠.”

떡 공예가 여미현씨(36).

여씨는 이를 위해 아름답고 재미있는, 거기에 맛과 영양까지 더한 떡의 진화에 나서고 있다.

“5년 전 아기를 가지며, 저도 즐겁고 아기를 위해 좋은 것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떡 공예’를 접하게 됐어요. ‘떡 위에 예술이 피었다’는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았죠.”

그 길로 여씨는 경기도 구리와 전라북도 전주 등을 오가며 떡 공부를 시작했다. 인절미, 설기, 송편 등 전통떡을 기본으로 이를 변형한 퓨전떡까지 배우고 익히며 떡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여씨는 요즘 떡의 건강함에 아름다움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빵이나 떡 안의 소로만 숨어있던 앙금이 밖으로 나와 아름다운 꽃으로 변신한 ‘앙금플라워’와 떡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쌀 찰흙 공예(라이스 클레이)’가 그것이다.

‘앙금플라워 케이크’는 말 그대로 케이크 위에 앙금으로 꽃을 만들어 올리는 것.

케이크의 기본 틀은 쌀을 쪄 만든 설기가 된다. 그 위에 올라가는 장식은 강낭콩을 삶아 만든 기본 앙금에 단호박, 비트, 백련초 등 천연재료 분말을 섞어 다양한 색깔을 낸다.

이 앙금은 장미꽃의 붉은 꽃잎으로, 소국의 하얀 꽃잎으로, 나뭇잎의 초록으로 쓰여 케이크 위에 꽃으로 핀다.
“앙금을 짤주머니에 넣어 짜면서 꽃 모양을 내는데, 앙금을 짤 때 어디서 굴리고 힘을 주는지 등에 따라 꽃 모양이 달라져요. 처음에는 강약 조절이 힘들어 실패하기도 하지만 감을 익히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요.”

여씨는 “아름다운 꽃을 손으로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크다”며 “여기에 정성까지 더해져 그 가치를 더한다”고 덧붙였다.

‘쌀 찰흙 공예(라이스 클레이)’는 쌀을 찐 설기를 찰흙처럼 빚어내는 떡 공예로, 아이들의 체험학습으로 인기가 좋다. 쌀을 빚어 자신이 좋아하는 뽀로로도 만들고, 키티 모양도 만들 수 있기 때문.

“떡이 먹는 데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손에서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어요. 쌀과 떡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도 만지고 놀며 쌀과 떡과 친해질 수 있거든요.”

여씨는 이같은 떡의 다양한 변신에 중점을 두고 앞으로의 한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 첫 순서로 다문화가정이나 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라이스클레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주부들이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떡 공예를 널리 알리고 교육도 활발히 할 작정이다.

여미현 씨는 “우리가 서양에서 빵을 배워오는 것처럼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 떡을 배워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그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