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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여성장애인 6명, 장애 딛고 검정고시 합격

순천 여성장애인 6명, 장애 딛고 검정고시 합격

by 운영자 2015.09.10

우리 생애‘첫’빛나는 졸업장
주 2회 함께 공부 … 함수·벡터<수학>·<과학> 등 낯선 용어 어려워
돋보기·대필까지 … 불편해도 배우는 즐거움‘두 배’

“내년엔 가방 메고 학교 갑니다!”

예순 한 살, 시각장애 3급·지체장애 5급의 중복장애인 정옥순씨는 내년 진짜 ‘고딩’이 된다. 지난달 5일 전라남도교육청이 시행한 2015년 제2회 검정고시에서 중졸 과정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오는 3월 시각장애인학교인 영암은광학교 1학년생이 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정씨는 가뜩이나 더웠던 지난 여름 더욱 뜨거웠다. 시각장애인이 보기에 턱없이 작은 글자는 확대 복사해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딸에게 배우기도 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순천여성장애인연대에서 진행한 검정고시 공부방에도 꼬박꼬박 나갔다. 그 노력은 합격으로 보답이 됐다.

정옥순씨뿐만 아니라 순천의 여성장애인 6명이 검정고시에 응시해 전원 합격하는 경사가 났다.

초졸 시험에 박종남·이영숙씨, 중졸에 방은주·정옥순씨, 고졸 과정에 방은정·박만순씨가 나란히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다.

이영숙씨는 “돈을 주고 쓰라고 했으면 잘 썼을 텐데, 수학은 너무 어려웠다”면서 “돋보기 2개를 겹쳐 쓰고 ‘열심히’ 공부했다”며 웃는다. 환갑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이씨는 이번 환갑이 더 특별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박종남씨의 아들은 “엄마가 나보다 먼저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이제 나를 가르쳐줘야 한다”며 은근히 엄마를 자랑스러워했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방은주·은정 자매도 나란히 중졸과 고졸 과정을 마쳤다. 특히 은정씨는 올해 중졸과 고졸 과정을 한꺼번에 합격해 두 배의 기쁨을 안았다.

얼굴 근육과 휠체어를 조정할 수 있을 만큼의 손 근육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한 장애를 갖고 있는 자매는 글을 쓸 수 없어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대필이 필요했다.

손에 익힌 공부 감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모두 머리로 생각해내야 했기에 공부를 2배로 해야 했던 것은 당연지사.

자매가 검정고시에 도전한 것은 남은 생을 하루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육병을 앓고 있어요. 지금은 이렇게 어눌하게라도 말을 하고, 휠체어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지만 언제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질지 몰라요. 그래서 우리는 늘 시간이 아까워요.”

언니 은주씨는 “도전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멋지지 않냐”며 웃음 지었다.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한 박만순씨는 내년 대학 입학을 계획하고 있다. 전공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회복지학. 순천여성장애인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박씨는 “더 많이 알면 더 열심히 그리고 더 많은 장애인들을 위해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나처럼 움츠려 지내던 장애인들이 더 많이 세상 속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