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by 운영자 2016.01.29

순천만국가정원서 봉사 … 절망 대신 희망의 꽃 피워
“내 삶의 행복은 감사와 배려, 긍정에서부터”
겨울의 혹한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눈꽃처럼, 역경 속에서도 긍정의 힘으로 희망의 꽃을 피워낸 이가 있다. 바로, 순천시 풍덕동의 이상연(60·사진)씨.

이씨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햇수로 4년째(누적 봉사시간 3822시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원봉사자다.

이곳의 자원봉사자는 많지만 그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뺑소니 사고’, ‘장애’, ‘간암’.

모두 상연씨의 인생에 닥쳐온 역경과 시련들이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광양포스코에 입사하면서 순천으로 왔다. 직장 내에서 탄탄대로를 걸으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왔던 그에게 불행은 너무도 갑작스레 찾아왔다.

“15년 전쯤, 지인 장례식을 다녀오던 길에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사고로 왼쪽 다리는 온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장애 3급 판정을 받았죠.”

이씨는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아픈 다리를 이끌고서 직장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5년 후, ‘간암’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또다시 그를 가로막았다.

다리 치료와 더불어 암 투병이 시작되면서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그를 대신해 아내 권미숙(60)씨가 병원에서 미화원으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

지름 20cm 크기의 종양을 떼어내는 6번의 수술, 10여 년이나 이어진 재활 치료. 기술이 있어도 장애로 인해 직장을 갖기도 어려웠다.

“삶을 끝내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지만 따뜻한 위로와 격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죠. 곁에서 항상 힘이 되어준 아내 그리고 당시 투병 중이던 저를 매주 찾아와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셨던 자원봉사자 고명학 선생님 덕분에 봉사의 참 뜻도 알았어요.”
이후 이씨는 순천에서 열린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자원봉사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가 하는 일은 주로, 관광객과 순천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원에 대해 안내하는 것. 그 동안 관광객에게 욕을 듣거나 뺨을 맞는 등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보람있는 일도 많았다.

특히, 2여 년 전 타지에서 온 관광객이 잃어버린 현금 1500만 원을 찾아준 일은 지금도 가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현재 그는 순천만국가정원 동문 물품대여소에서 휠체어 등을 대여해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에게 봉사란 ‘주어진 일에 묵묵히, 진심을 다하는 것’이고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외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이렇게 이씨는 봉사를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돈이 있으면서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비록 사고를 당했고, 생활은 어렵지만 불행하지 않아요. 현재를 받아들이고, 주어진 것에 감사해 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삶은 제가 선택한 행복한 삶입니다.”

그의 바람은 우리 사회가 어려운 이웃들을 보다 배려하는 따뜻한 세상이 되는 것. 연말연시에만 반짝하는 나눔·봉사가 아니라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깃들길 바라고 있다.

[순천광양교차로 / 이보람 기자 shr555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