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광양결혼이주여성 ‘네일ㆍ바리스타 동호회’

광양결혼이주여성 ‘네일ㆍ바리스타 동호회’

by 운영자 2016.03.04

“우리도 적성에 맞는 일 할 수 있어요”
경찰관, 작가, 교사, 운전기사, 디자이너….

대다수의 사람들은 업무 현장에서 이름 앞이나 뒤에 직업을 나타내는 말들이 붙는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다문화가족’이나 ‘결혼이주여성’이라는 말 외에 웬만해서는 다른 명칭들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마저도 아줌마’라거나 ‘저기요’ 같은 호칭이 불릴 때가 더 많다.

일하고 싶은 결혼이주여성들. 그러나 막상 일할 곳이나 하는 일은 식당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나르는 일이나 건물 청소 등이 대부분. 이들도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찾아 하고 싶을 뿐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 뒤에 ‘저기요’나 ‘아줌마’ 대신 ‘네일 아티스트’, ‘바리스타’라는 직업 명칭을 붙이려 노력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광양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마련한 취?창업 프로그램에 참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2014년부터 다문화센터서 교육
자격증 취득 … 취업·창업 나서
지역 축제·행사 참여, 봉사활동도


“커피처럼 향긋한 미래 꿈꿔요”
커피 향만큼 향긋한 미래를 꿈꾸는 결혼이주여성들은 2014년부터 커피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지난해까지 베트남, 중국 등 40여 명의 이주여성들이 교육에 참여,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명 가량이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했다.

이들은 매주 2차례의 필기와 실기 교육뿐만 아니라 다문화센터 내의 카페 ‘공유’에 나와 수시로 커피를 만들어 보고, 고객을 응대하며 바리스타로서의 역할을 익히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지원으로 마련된 카페 공유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는 희망터가 돼준다.

카페의 실질적인 운영은 모두 이주여성들이 맡는다.

판매 수익금 역시 바리스타 교육을 위한 재료 구입비 등으로 쓰여, 자신들과 같은 이주여성들이 적성을 찾고 꿈을 이루는 데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지역 축제와 행사 등에 자원봉사로 참여, 자신들이 직접 만든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작은 손톱 안에 우리의 꿈 담겼어요”
“예쁜 네일아트를 배우니 우리도 예쁘게 꾸미게 되더라고요. 조금 더 저를 가꾸니 자신감도 커졌고요.”작고 네모난 손톱에 형형색색으로 꿈을 그리는 결혼이주여성들. 이들은 네일아트를 배우며 자신을 더 가꾸고, 사랑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40여 명의 이주여성들은 2014년 다문화센터 내 교육장에서 네일아트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말도 서툰 이주여성들은 ‘호기성 세균’, ‘수소 이온 농도’ 등 무슨 뜻인지 눈치로도 알아채기 어려운 낱말이 가득한 필기책을 달달 외우고, 가족들을 모델로 손톱에 색색의 매니큐어를 칠하며 연습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티아라씨는 “네일아트를 배우며 꿈도 생겼지만, 가족들의 손톱발톱을 정리하고, 매니큐어를 칠하며 더 가까워졌다”며 웃는다.

어려운 필기시험 공부를 하며 훌쩍 는 한국어 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을 지도한 네일아티스트 김지혜씨는 “이주여성들이 자신이 한 네일아트를 밴드에 올리는 등 배우는 일을 즐거워 한다”며 “실제 미용실이나 네일숍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한 이주여성들도 7~8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네일아트를 배운 이주여성 11명은 자체적으로 ‘봉숭아꽃 네일 나눔 봉사단’을 꾸리고, 시민의날 행사, 평생학습축제, 자원봉사페스티벌 등에 참가해 지역민들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 이주여성 김광애씨는 “'이주여성들은 늘 받기만 한다’는 편견도 깨고, 네일아트 실력도 쌓고, 예쁜 손톱을 보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며 “봉사를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며 웃는다.

이들은 네일아트·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전문직업인’으로 사회에 당당히 설 계획이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