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특집 - 삼산초 김은현 교사
스승의날 특집 - 삼산초 김은현 교사
by 운영자 2016.05.13
‘선생님 엄마’의 살가운 참교육
“아이들과 빵 구워 먹으며 정 나누죠”
옛말에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부모의 큰 기쁨’이라 했다.
순천 구도심에 위치한 삼산초등학교 김은현(48) 교사도 꼭 그렇다.
‘선생님, 배고파요’라는 반 아이들의 말에 처음 김 교사는 학교 급식에 나온 우유로 플레인 요거트를 만들어 나눠 먹었다.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빵을 사 나눠 먹다 내친김에 올해는 달걀빵을 구울 수 있는 기계와 토스터기까지 구매했다.
다음날 구울 달걀빵 반죽을 하는 일은 김 교사의 평범한 저녁 일상이 됐다.
따뜻하고 고소한 빵 한 조각에는 ‘배’고픈 것이 ‘정’고픈 것이 되지 않길 바라는 ‘선생님 엄마’ 김 교사의 바람이 담겼다.
이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은 수시로 김 교사에게 와 안긴다. 점심시간이면 서로 선생님 옆자리에서 밥을 먹겠다고 자그락거려 순서를 정할 정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아이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 걸요.”
김 교사는 “다른 교사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며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겸연쩍어한다.
일상적인 수업과 학급 운영에서도 ‘선생님 엄마’의 특징이 드러난다.
김 교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고 쉽게 배울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그 고민 가운데 터득한 것이 지식 자체보다는 지식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전혀 다른 지식을 유추하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
때문에 김 교사는 한자를 가르칠 때도 몇 백번 쓰고 읽으며 외게 하는 것이 아닌 부수 하나하나의 뜻을 설명하고, 부수가 합쳐지면 만들어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면 편안하다는 뜻의 한자 ‘安(안)’을 설명할 때는 ‘집’을 뜻하는 갓머리 안에 ‘여자’가 있다고 풀이하며, “엄마가 집에 있으면 맘이 편안하지 않느냐”고 설명한다.
이 같은 원리는 한자뿐만 아니라 수학, 사회, 과학 등 대부분의 교과에 적용된다.
학습 보조 자료가 유난히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
“저희는 무턱대고 외우기만 하느라 어렵게 공부했잖아요. 우리 애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쉬우면서도 재밌게 공부하고, 배운 것 하나를 다른 지식에도 적용하며 생각과 지식의 폭을 넓히고요.”
김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수시로 영어 노래를 부르고, 아침저녁으로 세계 각국의 인사를 나누고, 세계지도를 펴놓고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그 일환이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즐겁다”는 김 교사의 바람은 오래도록 아이들 곁에서 함께하는 것. 김 교사는 퇴직 후의 삶을 열악한 교육 환경의 동남아권 나라의 아이들과 함께 보낼 작정이다.
우리 삶의 소중한 가치들이 물질적 가치로 전락하고,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 인성이 아닌 출세로 변해버린 세태 가운데 김 교사의 작은 교육적 노력들은 다음 세대 아이들이 삶의 소중한 의미들을 배워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