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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일용·이승희 부부 “너도 나처럼 힘들었구나, 내가 도울게”

<인터뷰> 김일용·이승희 부부 “너도 나처럼 힘들었구나, 내가 도울게”

by 운영자 2016.06.30

자퇴·가출 … 청소년 시기 방황
평범한 삶 꿈 …“요리로 꿈이뤄”
기부 뽑기 등‘퍼네이션’실천
‘기부는 재미’…“더 많이 알릴 터”
‘그때 누군가 나를 붙잡아줬더라면….’


김일용·이승희 부부(순천 짬뽕의 전설 운영)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까닭이다.

“부모님이 이혼하시며 방황이 시작됐어요. 중학교를 자퇴하고 가출까지 하면서 먹는 일, 자는 일 모든 게 힘들어졌죠. 그러다 만난 게 ‘주방 일’이에요.”

하루하루 사는 일이 버거워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간절한 꿈이었던 김씨는 요리를 통해 그 꿈을 이뤘다.

소박하지만 소중한 꿈을 이루자 방황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고 ‘그때 누군가 나를 붙잡아줬더라면 덜 힘들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여 전, 때마침 지인의 가게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만나고 그 길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기부를 시작했다.

여수 가게에서 시작한 기부는 순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씨 부부의 기부는 자신처럼 어려운 경험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심전심의 마음 외에도 ‘재미’라는 가치가 더해진다.

부부는 단순히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미있게 기부를 하고 또 다른 이들도 기부를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부 뽑기’.기부 뽑기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 문방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뽑기’에서 착안했다.

가게에 들른 손님이 나갈 때 500원을 기부함에 넣으면 뽑기 한 장을 뽑을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커피 한잔부터 가게 메뉴 중 하나인 탕수육 쿠폰까지 몇 가지 재미난 아이템이 담겼다.

“예전에는 남을 돕는 일, 기부하는 일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왜요? 나눔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요!”

김씨는 기부는 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고 믿는다. 기부 뽑기함에 ‘나는 기부자다’라고 문구를 써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또 기부는 재밌어야 자꾸, 계속 하게 된다고 여긴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성한 ‘퍼네이션(funation)’을 중요시 여기는 김씨는 요새도 틈만 나면 ‘어떻게 하면 나도,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주변 사람들도 더 재미있게 기부를 할까’ 고민한다.

요즘 생각한 기부 아이디어는 ‘기부 캠프(camp)’. 어린 시절부터 기부를 재미있는 일이라 배우면 기부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기부 캠프’의 밑바탕이 됐다.

“여수 가게에 두세 번 도둑이 들었는데, 다른 건 다 손을 댔는데도 기부함만은 건드리지 않았어요. 따로 고정을 해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 일을 겪으며 ‘기부가 이만큼 가치 있는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이씨는 “기부는 도둑도 인정한 가치”라며 웃는다.

김씨 부부는 ‘도둑도 인정한 기부의 가치’를 꾸준히 이을 작정이다. 여기에 더해 주변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나눔과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 중이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