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순천 장애인여성극단 ‘단미’
<인터뷰> 순천 장애인여성극단 ‘단미’
by 운영자 2016.07.08
“장애가 가로막은 꿈, 극 속에서 대신 꿔요”
장애 여성들, 자신의 삶을 연기하다
14~15일 한국여장연대회 ‘첫 무대’
장애인 삶 주제 … 비장애인과 공유
소극장·거리공연, 비장애인 연합공연도
“보면 몰라요? 화장 해드리고 있잖아요!”
비장애인이라면 어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다섯 어절의 짧은 두 문장.
하지만 이들은 이 문장을 단번에 내뱉지 못한다. 숨이 가빠, 끝소리가 흐려지거나 어절과 어절 사이 잠깐 쉴 시간이 필요하다. 장애 때문이다.
처음엔 대사를 알아듣기 힘든 부분도 있다. 몸이 불편하니 자리를 이동하거나 누군가의 팔을 뿌리치는 작은 동작 하나하나도 아슬아슬해 보인다.
순천 장애인여성극단 ‘단미’의 이야기다.
‘단미’는 올 4월 여성 장애인들이 만든 연극단.
순천여성장애인연대 박만순 대표는 “처음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마음이 연극을 하면서부터 사라졌다”며 “단원들 모두 연극을 재밌어 하고 좋아한다”며 웃는다.
‘단미’는 지역의 극단인 유코머개그디그의 곽민호 연출가의 지도 아래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곽 연출가는 연극 연습에 앞서 먼저 여성 장애인들의 삶을 관찰했다. 장애 특성을 살피는 것은 물론 여성 장애인들만의 경험과 생각을 들여다봤다.
그 과정을 통해 곽 연출가는 10여 분 분량의 ‘우리는 완전 건강합니다’라는 제목의 극본을 완성했다.
극본 ‘우리는 완전 건강합니다’는 뭐든 ‘싫어’를 연발하는 민주를 통해 부정적인 낱말인 ‘싫어’를 함께 소리내 말하며 건강한 ‘긍정’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곽 연출가는 “장애인들은 ‘싫다’라는 말보다 ‘고맙습니다’, ‘네’라는 말에 더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싫어’라는 부정적 표현을 큰소리로 함께 외치며 마음 속 응어리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극본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저 부정을 외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외로운 것도 힘든 것도) 정말 싫습니다. … (중략) … 우리의 나약한 육체를 지배하는 정신은 어느 누구보다 강인합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 자신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비관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살아왔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누구보다 건강합니다.>
- ‘우리는 완전 건강합니다’ 중에서 -
조연출을 겸한 김수연씨는 연극을 통해 장애로 못 이룬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씨는 “연극 속에서는 장애 때문에 못했던 외교관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또 내용에 따라 웃고, 울고, 화내는 감정 기복이 있어 연극을 하며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김소연씨는 “연극은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란다.
극 중 내용처럼 화장을 할 수도 있고, 단미의 단원들처럼 연극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장애인들 스스로와 비장애인들이 갖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다고.
극단 ‘단미’는 이 극본으로 오는 14일부터 15일 열리는 한국여성장애인대회 무대에 서 첫 공연을 펼친다.
또 순천 곳곳 연극을 할 수 있는 자리라면 어떤 무대든 오를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과의 합동 공연이나 다른 시도와의 교류 공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