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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년, 6번의 유럽여행 경험 책으로 낸 백종훈씨

[인·터·뷰] 6년, 6번의 유럽여행 경험 책으로 낸 백종훈씨

by 운영자 2016.08.05

<인·터·뷰>
“좋아하는 것 하며 살아도 돼. 틀린 것 아니야”
‘남들이 다 하니까’그가 유럽여행을 떠난 이유다.

무모했다.

스마트폰도 없었고, 영어 한 문장을 온전히 구사할 능력도 없었다. 돈도 없었고, 유럽에 사는 친인척 한명 없었다.

출발 전 그는 여행 경로를 짜고 지도를 찾아 종이에 출력했다. 만일을 대비해 2G 폴더폰에 약국이며 경찰서를 사진으로 찍어 저장해뒀다. ‘어떻게 가나요’ ‘버스는 어디서 타지요’처럼 꼭 필요한 문장은 미리 영어 문장을 찾아 적어뒀다.

도착 후에는 여느 관광객처럼, 파리,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명소를 찾아 점을 찍듯 빠르게 돌았다.

2010년 겨울, 백종훈(32)씨의 첫 유럽여행 모습이다.

그리고 몇 개월 뒤인 2011년 봄, 그는 두 번째 여행에 나섰다.

남들 다 가는 유럽의 주요 명소를 다 둘러봤지만, 물론 볼 때마다 가슴 깊이 감동했지만, 돌아오고 나니 아무것도 기억에, 가슴에 남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여행에서도 여유는 없었다. 처음에 비해 몸의 여유가 생기기는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관광지를 따라, 뭔가 더 봐야 하는데 놓친 것은 없나 찾기에 바빴다.

140달러를 손에 쥐고 떠난 1년 간의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그는, 영어는 늘지 않았지만 자신감은 늘어서 돌아왔다.

‘여행을 하고 싶다. 아니, 해야겠다’는 결심이 더 명확해졌다.

2013년 가을, 그는 네 번째 유럽 여행을 떠났다. 가지고 있던 DSLR카메라를 팔아야 할 만큼 돈은 부족했지만 그럴수록 여행의 깊이는 더해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요, 생각이 아주 단순해져요. ‘쉬고 싶다’ 생각하면 그냥 거기서 쉬어요. ‘어디서 쉬지? 뭘 하며 쉬지?’하는 생각은 안 하죠. 그냥 여기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돼요.”

2014년 겨울과 2015년 다시 봄까지 6년, 6번의 여행 동안 그는 복잡하던 생각이 단순해졌단다.

‘내가 좋은 것을, 행복한 것을 해도 된다’

여행에서 그가 얻은 결론이다.

그리고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 풍경,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남과 견주지 않고, 남의 시간을 따르지 않고, 남의 눈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생각에 침윤해 얻은 결과다.

그는 오는 9월 7번째 유럽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 역시 자신이 가장 좋을 대로 할 작정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상을 담고, 늦은 듯 조금 이른 듯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잠이 든다. 그리고 해질 녘 다시 일어나 필름카메라 한 대, 취향대로 음악을 채워둔 MP3, 수첩과 볼펜 한 자루를 들고 세상을 어슬렁거리는 여행 말이다.
백종훈씨는 지난달 6년, 6번의 여행을 일기처럼 기록한 ‘흔들리면 감성이다’는 제목의 책을 냈다.

내로라하는 출판사에서 ‘삐까뻔쩍’한 책을 내고 싶었지만 번번이 물을 먹다, 7월 광양의 독립출판사에서 소박하지만 자신의 맘에 드는 책을 ‘출산’했다.

책은 백씨가 직접 찍은 사진과 쓴 글, 글과 어울리는 음악이 어우러졌다.

더욱이 이 책은 단순한 유럽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지 일색의 것이 아니라 백씨의 생각의 흐름을 사진과 글로 읽는 일은 그와 내밀한 경험을 함께 나눈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책은 블로그 blog.naver.com/foto_j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