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리폼 삼매경 이윤희씨

리폼 삼매경 이윤희씨

by 운영자 2008.10.23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아, 다르구나!’

이윤희(순천 서면·36)씨네 현관을 들어서며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똑같은 모양, 표정 없는 아파트 현관이 보통이라면 이윤희씨네 현관은 환하다. 달마다 하는 도시가스 검침표에 예쁘게 집을 만들어준 그 살뜰한 마음이 전해진다.

“결혼하면서 남편이 총각 때 쓰던 가구들을 그대로 썼어요. 그런데 신혼인데 그냥 쓰기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페인트칠부터 시작했죠.”

그것이 리폼의 시작이었다. 쓰임새별 페인트를 구별할 줄 몰라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다 잡지를 통해 하나둘 배우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또 배웠다.

“버려진 것, 평범한 것이 나만의 것으로 바뀌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죠.”

네모난 상자에 바퀴 하나만 달아도, 밋밋한 가구에 타일 한 장만 붙여도, 붓 한번만 가도 그것은 ‘이윤희’만의 것이 되는 재미가 좋았다.

이런저런 가구를 리폼하고 소품을 만드는 일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처음부터 크게 욕심내지 않고 줄톱으로 나무 자르기, 망치질 등 작은 것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저 예쁘게만 꾸미는 것이 최고가 아니에요. 리폼한 것은 전보다 더 실용적이어야 해요. ” 예쁘기만 하고 쓰기에 불편한 것은 ‘진정한’ 리폼이 아니다. 더 자주 의자에 앉고, 서랍 문을 열게 돼야 잘한 리폼이 된다.

리폼에 재미를 붙이면서 버려진 물건은 물론이고 평범한 물건조차 그냥 보이지 않는다. 리폼에 필요하다 싶은 것이 버려졌을 때 주워오는 것은 예사고 원래의 용도를 바꾸는 재치도 부린다.

석쇠를 아이들 사진이나 메모를 꼽아두는 꽂이로 탈바꿈시키고, 화장품 살 때 준 천 가방으로 화분의 옷을 만들어준 것 이 그 예.

“새것보다, 비싼 것보다 더 정이 가요. 집안 곳곳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으니 더 마음이 가죠.”

아이들을 위해 환경호르몬이 들지 않은 페인트를 쓰고, 나무 등의 친환경 소재를 쓴다는 그녀는 그저 예쁘게 집안을 꾸미는 것이 아닌, 좀 더 건강하게 집안을 가꾸는 ‘엄마’다.
[사진설명 : 소녀가 다녀간 듯한 이윤희씨의 베란다. 벽에 파벽을 붙이고, 밋밋한 의자에 페인트를 칠하고, 소포지로 화분 옷을 만들어주고…. 모두 이윤희씨가 하나하나 마음을 들여 만든 것이다. 그래서 더 정이 간다.]

“예쁘고 편리하게 고쳐요”
이윤희씨의 리폼 작품 감상하기

‘와!’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이윤희씨네 집 구석구석은 재치있는 발상과 꼼꼼하고 세심한 손길로 채워 있다.
[사지설명 : 단정하고 화사한 방문. 이윤희씨네는 화사하다. 그래서 더 넓어 보이고 기분까지 절로 밝아진다. 뿐만 아니라 문 위나 벽면 자투리를 이용해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아이스크림 막대를 깎아 오래된 듯한 고즈넉한 색연필을 만들고, 주스 병에 작은 조약돌을 채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소품을 만들었다. 값싼 조립 가구에 색을 칠하고 문을 달아 실용성을 높였고, 버려진 시계에도 생명을 불어넣었다.
[사진설명 : 베란다 창 장식. 버려진 나무를 주워 예쁘게 마른 꽃을 꽂고, 1000원짜리 자개 발을 엮어 멋진 장식을 만들었다. 적은 비용으로 이렇게 예쁜 장식을 만들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새것도 마음에 안 들거나 집안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으면 바꿔요.”
리폼 정보나 방법 등은 주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얻는다. 잘 된 리폼을 보며 배우기도 하고 직접 적용해보기도 한다.
[사진설명 : 부엌 벽면. 석쇠를 이어, 메모나 아이들 사진을 꽂아둘 수 있는 걸개를 만들고 밋밋한 싱크대 한쪽은 칠판을 붙여 마치 커피숍처럼 연출했다. 평범한 것을 바꿔보는 재미가 살아있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그녀는 리폼 정보를 공유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다. 자신의 집에 언제든 누구나 놀러 와 리폼에 관해 얘기하고 또 정보를 나누는 일이 좋다.

[글·사진: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