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노래로 봉사하는 실버가수 서경애씨

노래로 봉사하는 실버가수 서경애씨

by 운영자 2009.06.02

“마음만은 순천에서 최고 부자랍니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앉으세요. 내가 쌀로 만든 이 과자도 좀 드셔 보시고. 인제 그러면 노래 한자리 할랍니다.”

순천 장천동 주민센터 지하 강당이 노랫소리며 박수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의 주인공은 서경애(72ㆍ순천 장천동)씨.

그녀는 자신이 부른 노래로 세 장의 가요집을 냈고 지난 2003년에는 순천시 실버 가요 가수로 선발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지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노래만 부르면 울 아버지가 담뱃대로 때려서 숨어 다니고 아버지 화 풀리면 나타나서 빌고 그랬답니다.”

엄한 아버지 때문에 일찌감치 가수의 꿈은 포기했고 가난한 형편 때문에 자라는 내내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그녀는 25년여 전 폐품 수집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틈틈이 노래자랑에 참가해 받은 상금이나 자신이 낸 가요집의 이익금 또한 그렇게 사용했다.

그리고 오디션을 통과해 실버가수가 된 뒤로는 본격적으로 양로원, 요양원 등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노래를 통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돈이 많이 있으면 돈으로 도울 수 있겠지만 나도 그리 넉넉한 형편은 못되고 내 나이 또한 봉사를 하기보다 받아야 할 나이지만 그래도 내 노래를 들으면서 박수치고 잠깐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에 마치 순천 최고 갑부가 된 것 같아요.”

자신의 손을 잡고 반겨 주고 언제 또 올 거냐며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을 자신이 가진 것들로 조금이나마 위로할 때 그녀는 행복하단다. 그래서 그런 그녀만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래 부르고 싶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순천광양 교차로 이지은 기자 / mariantn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