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최명옥씨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최명옥씨
by 운영자 2009.07.15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
한 여자가 있었다. 집안에서만 종종거리며 아이들, 남편 뒷바라지가 전부였던 여자. 아이들 성적 1, 2등에 붉으락푸르락 온 신경이 곤두섰고 그러다 문득 ‘내 삶은 어디 있나’ 싶어졌다.
“처음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를 시작했어요. 봉사활동을 하고 장애인들의 활동을 도우며, 오히려 건강한 제 주변이 참 고마워졌죠. 아이들이나 남편에게도 너그러워졌고요.”
집안을 나와 더 멀리, 더 너그럽게 보게 됐다는 그녀, 최명옥(47)씨. 그녀는 지금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한다.
“장애인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이에요.”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은 ‘돕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다. 빨리, 잘, 비장애인처럼 하도록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서툴더라도 장애인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도록 참고 기다려주는 일. 그래야 온전히 ‘자립’할 능력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순천 평화병원. 그녀가 활동을 보조하고 있는 김수연(32)씨의 수중치료 시간이 되자, 둘은 팔짱을 낀다. 걷는 것이 느린 수연씨 걸음에 속도를 맞춘다.
‘늦었다, 빨리 가자’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다그치는 일이 없다. 몸을 씻기고 수영복을 갈아입히는 동안 그녀는 수연씨에게 많은 것을 맡겨둔다. 세밀한 것이 아니면 되도록 혼자 씻도록 지켜봐주고, 혼자 다시 옷을 입도록 기다려준다.
“저로 인해 변화되는 모습에 행복해요.”
굳어가던 몸이 그 속도를 늦춰가고, 웃음을 읽고 살았던 생활이 그녀와 함께 웃을 수 있게 된 이들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금보다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 그것이 몸이든 마음이든 주변 환경이든 좋게 변화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어요.”
그녀로 인해 중증장애인들이 ‘기분 좋게’ 변화하는 것, 그녀의 바람이다. 그 바람을 위해 그녀는 조금 늦었지만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더 많이 알면 더 많이 도울 수 있으니까요.” 그녀, 웃는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