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6박 7일 뛰고 또 뛰고, 뛰고

6박 7일 뛰고 또 뛰고, 뛰고

by 운영자 2009.08.12

호남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한 마라토너 김종애씨
마라토너 김종애(50·순천마라톤사랑클럽 회장).

꼬박 1년 전, 인터뷰를 마치며 “내년, 622km 완주해 그랜드슬램 달성하면 다시 인터뷰해요” 라며 밝게 웃던 그녀가 그 약속을 지켰다.

지난달 17일 6박 7일, 150시간 안에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622km를 달려야 하는 ‘대한민국 종단 622㎞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하며 그녀는 전국에서 여성 두 번째로, 호남 최초 여성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랜드슬램은 308km 횡단, 537km 종단, 622km 종단을 모두 완주해야만 얻어지는 마라토너들의 ‘희망’인 셈.

그녀에게는 철의 여인, 작은 거인…. 어떤 수식어도 아깝지 않을 만한 기록이다.
“마지막 22km를 남기고 2번이나 기절을 했어요. 대회 내내 앞이 안 보일만큼 비가 왔던 터라 체력이 더 바닥이 난 거죠.”

비에 퉁퉁 불어 발톱은 다 빠지고, 발바닥의 물집이 잡히고 또 터지고를 반복해도, 허리에 맨 가방 때문에 엉덩이가 다 짓물렀어도, 어디서 어떻게 잠을 자고 밥을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정신이 없어도 꼭 완주해야겠다는 그 열정과 오기 하나만큼은 절대 놓지 않았다. 7월 11일부터 17일까지 6박 7일 150시간 동안 달리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은 다 무의미했던 것.

“마라톤은 달리는 동안 철저히 혼자만의 싸움이에요. 혼자서 먹고 자고 속도(페이스)를 조정하며 제 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니까요. 몸은 이렇게 혼자지만 ‘여기만 지나면 나를 기다리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다’는 희망으로 달릴 수 있는 거예요. 그들이 없다면 아마 완주하지 못했을 거예요.”

한번도 싫은 내색 없이 마라토너의 길을 응원해준 가족과 순천마라톤사랑클럽, 또 기꺼이 휴가를 준 순천현대병원 식구들까지 그녀는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 더 많아졌단다.

그녀에게는 이제 1500km가 남았지만 아직 ‘도전’이라는 말을 먼저 하기는 싫다. 대신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좀더 나누고 싶다. 그들의 땀과 노력, 달리기가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