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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성큼, 옷장 정리 하셔야지요?

가을 성큼, 옷장 정리 하셔야지요?

by 운영자 2009.09.03

의류리폼사 박은희 주부에게 배우는 의류 리폼

바람이 분다. 아침저녁으로 카디건 한 장이 간절한 가을의 바람이 분다.
‘어머, 벌써 가을이 오나 봐’ 하며 여름 향기를 아쉬워하는 것은 처녀들의 몫.

‘아침저녁 바람이 차네?’ 하며 드는 생각이 옷장 정리라면, 당신은 분명 아직 아이 없는 신혼이 아닌 아이 달린 최소 3~4년차 주부임에 틀림없다.

가을로 성큼 들어섰다. 여름옷들을 깨끗하게 빨아, 고운 볕에 말려 옷장 안으로 넣어두고 봄에 정리해 두었던 긴소매 옷을 꺼내야 할 때다. 철마다 일 년에 서너 번은 꼬박 하는 옷장 정리. 헌데 해도 해도 무슨 안 입는 옷은 그리 많고 한 계절 사이 작아진 옷들이며 유행 지난 옷들이 그리 많은지.

버리자니 아깝고 다시 입자니 영 ‘엣지 없는’ 사람 같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옷 하나하나에 쌓인 추억까지 생각하면 옷장 정리의 개념은 애초부터 사라지고 만다.

이럴 때는 옷에 살짝 손을 대보면 어떨까. 브로치나 단추, 프릴 등으로 모양을 내도 좋고 싹둑 잘라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어도 좋다.

돈도 절약하고, 옷에 묻은 추억도 간직하고, 무엇보다 빌려 쓰는 지구에게 조금 덜 미안한 일 아닌가. 의류리폼사 박은희 주부에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옷 리폼을 배워본다.

쓰레기통으로 가려던 옷, 다시 옷장으로!
안 입는 옷으로 친환경 장바구니 만들기


“취미로 아이들 옷 만들어 입히려고 리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게 일이 됐어요.”
박은희(37ㆍ순천시 덕암동)씨는 재봉틀을 돌리고 리폼을 배우며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전공과는 다른 디자인학과에 편입학하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쓰레기로 분류되거나 걸레로 여겨지는 옷들이 제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거, 그게 리폼의 매력이에요.”

스스럼없이 리폼의 매력을 ‘재탄생’이라 말하는 그녀. 하지만 이 재탄생을 위해 노력은 필수다. 시간만 나면 자르고 만들기를 몇 해. 이제는 혼자서 한 손으로도 촘촘하게 바느질된 옷 솔기를 뜯을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노력 중이다.

그녀는 틈나는 대로 쇼핑을 간다. 옷을 사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행이나 디자인의 흐름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

리폼(reform)은 낡거나 오래된 물건을 새롭게 고치는 일. 사전대로라도 ‘재탄생’을 뜻한다. 계절이 바뀌며 옷장 정리를 하는 이맘때쯤이면 아파트 곳곳 의류수거함에 옷이 넘쳐난다.

유행이 지났거나, 작아졌거나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안 입게 되고 못 입게 된 것을 버리기 때문. 하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것들도 살짝만 손을 보면 다르게 쓰일 수 있다.

“집에 보면 한두 개씩은 바람막이 소재의 운동복이 있을 거예요. 찾아보니 저희 집에도 있더라고요. 남편이 운동하면서 한동안 잘 입었던 건데 이제는 입지 않아요. 소재도 때가 잘 타지 않고 방수 기능도 있어 장바구니로 만들면 유용할 것 같아요.”

박은희씨가 제안한 리폼은 방수 소재의 운동복을 장바구니로 변신시키기. 환경을 위해 비닐 봉투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요즘 장바구니는 집집마다 꼭 필요한 물건 가운데 하나다.

대형마트 등에서 종종 이벤트를 통해 얻기도 하지만 없어서 사려고 보면 1만원이 훌쩍 넘어가 사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 이럴 때는 간단하게 만들어 써보자.

준비물>
안 입는 옷(소재는 크게 상관없지만 물빨래 쉽고, 때 덜 타고, 방수 기능까지 갖춘 옷이라면 장바구니 용도로 금상첨화), 가위, 만들고 싶은 장바구니 모양 패턴, 바늘, 가위(재봉틀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손바느질로도 가능하다), 자투리 천

만드는 법>
1. 한때 운동하며 잘 입었던 운동복인데 색깔도 어둡고 낡아 잘 입지 않게 됐다. 방수 기능도 있고 물빨래도 쉬워 장바구니로 재탄생하기 그만이다.
2. 우선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준다. 장바구니에 팔 부분이나 고무줄이 들어간 조리개 부분은 필요 없으니 과감하게 자르거나 칼로 뜯어준다.
3. 필요한 부분만 남은 옷은 원하는 모양으로 재단한 패턴을 대고 잘라준다. 이때 시접은 2센티미터 정도가 적당하다. 패턴 그리기 어려워 말자. 만들고 싶은 모양을 그린다고 가볍게 생각해도 된다.
4. 옷이 구겨지지 않고 반듯해야 바느질이 수월하고 테도 난다. 오래 입지 않아 구겨졌다면 반드시 다림질을 먼저 해줄 것.
5. 원하는 모양대로 2개를 잘라준 옷감을 겉끼리 마주대고 재봉질 한다. 손바느질도 가능하니 걱정은 금물.
6. 시접 부분은 올이 풀리지 않도록 휘갑치기(오버로크0 해준다. 가까운 세탁소에 맡겨도 되고 그마저 귀찮다면 올이 풀리지 않도록 시접 부분을 박아줄 수도 있다.
7. 아무리 장바구니라지만 예쁘게 꾸며주는 것도 좋을 일. 집에 남은 자투리 천을 이용, 손잡이 부분에 띠를 둘러 포인트를 주자.
8. 완성. 산 것처럼 말끔하니 예쁜 맛은 덜하지만 내가 만들어 정성이 가득하고, 소재까지 딱 장바구니용이니 기분 좋다. 번번이 비닐봉투 몇 개 달랑달랑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50원이라는 비용을 치르며 비닐봉투 살 일은 없겠다.
9. 버려질 줄 알았던 팔 부분은 고무줄을 끼워 토시를 만들었다. 아이들 미술시간에 쓰면 딱이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