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삶을 되돌아보며 쓰는 시와 설교

삶을 되돌아보며 쓰는 시와 설교

by 운영자 2009.10.28

시 쓰는 목사, 목회하는 시인 김평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 창문을 열면 / 광양중마동에서 하동으로 / 하동에서 청학동을 지나 / 지리산 자락을 타고 올라가 / 언덕 곳곳에 서서 / 소리 없이 향기를 품어내는 / 하얀 들국화들 / 양지바른 언덕에 / 높이 매달려 / 무르익어가는 붉은 감들 / 마음을 열고 / 닫힌 세상으로 다가오는 / 밤과 석류들의 / 아름다움을 훔쳐 / 아침 일찍 / 찾아오는 가을바람 //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 마음이 설레이며 / 가을을 여행하고 싶어진다> - 김평오, 아침 일찍 찾아오는 가을바람 -

더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유난히 가을을 탄다.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친구 찾아 강남 간다고 파란 가을하늘과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러, 먼 데 가까운 데 산들로 발길을 돌린다.

울긋불긋한 추색(秋色)이 산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을을 타는 남녀노소의 가슴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든다.

매일 오가는 길도 달라 보이고 이른 새벽, 아침, 한낮의 바람이 매번 다른 것도 가을이다. 그래서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 하나가 시어가 되어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지난 2007년 ‘솔방울의 꿈’과 ‘풍란’으로 자유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목사인 김평오(광양 새동산교회)씨에게 시란 따로 있는 그리움의 세계가 아닌 일상의 언어다.

삶의 자리에서 그는 시심을 떠올리고 목회 중에 하는 그의 언어는 시어가 되어 신도들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 따뜻하게 적신다.

“저에게는 일상에서 솟아나는 기쁨, 삶의 의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모아져서 시가 되기 때문에 시란 전혀 복잡하지 않아요. 때로는 설교도 간결하고도 아름다운 시로 함축해서 풀어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설교를 준비하면서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 시가 되고 시가 내 인생이 되어 삶의 자리로 다가와 친구가 된다는 김평오 목사는 좋아하는 시인으로 용혜원, 이해인, 고은 등을 꼽는다.

찬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가을아침. 바람에 떨어진 단풍잎은 누군가의 책갈피에서 사색의 장을 넓혀주고, 시인의 시 한 줄은 누군가의 영혼에 맑은 풍경소리를 낸다.

가을이다. 글 짓는 재주가 없어도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가을. 시인 김평오 목사의 바람처럼 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풍요로워지도록 시를 써보자.

[순천광양 교차로 조유록 기자 / jazz2001@dreamw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