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아코디언 연주가 이용석씨

아코디언 연주가 이용석씨

by 운영자 2010.01.20

가슴으로 연주하는 음악,
“맥 끊기는 게 안타까워요”

대학시절, 겁도 없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유럽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수많은 유적을 보았지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어느 작은 광장 구석, 빨간 나비넥타이에 멜빵을 멘 거리 악사의 연주 모습이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악사의 악기 소리는 때로 흥겹고 때로 구슬펐다. 오늘, 그를 만나자 그 때 그, 낯선 유럽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던 것이 ‘아코디언’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코디언은 이렇게 가슴팍에 악기를 갖다 대고 연주를 해요. 그래서 가슴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지죠. 사람이 아코디언에 동요되고, 아코디언이 또 사람의 마음에 동요되는 거죠.”

아코디언 연주가 이용석. 아코디언 얘기를 꺼내자 아코디언을 어깨에 메고 연주를 시작한다.
풍짝풍짝, 동요 ‘나뭇잎배’를 타고, 탱고 ‘리베르 탱고’가 흐르고, 트롯 ‘목포의 눈물’이 구성지게 이어지고, 왈츠가 흥겹게 울리고, ‘울밑에선 봉선화’기 잔잔하게 깔린다.

“아코디언 하면 흔히 그 옛날 약장사를 떠올려요. 가벼운 악기, 가벼운 음악으로 여기는 것이 안타까워요.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의 말마따나 오른손의 건반과 왼손의 바람통이 떨리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구슬프고 때로는 신이 난다. ‘아코디언은 걸어다니는 오케스트라’라는 그의 말을 이제야 알 것 같다.

“14살부터 아코디언을 배웠어요.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자연스레 배우게 됐죠. 배우기 싫어 도망 다닌 적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아코디언에 푹 빠지게 됐어요.”

아코디언을 ‘업’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아코디언을 아주 놓아버린 적은 없었다. 평생 혼자서라도 연습을 하고 아코디언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다시’ 아코디언을 들었다.

“맥 끊기는 게 안타까워서 본격적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어요. 배우겠다는 사람 가르쳐주기도 하고, 연주를 부탁하는 곳은 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끊기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요.”

이용석씨가 다시 이 곡 저 곡을 켠다. 눈은 자연스레 감기고 선율 속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탱고의 나라 남미나, 집시의 나라 러시아, 한 많은 일제 강점기 그 어디에 가 있는지도 모른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