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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만드는 송창진씨

바이올린 만드는 송창진씨

by 운영자 2010.02.03

2005년 청룡영화대상 시상식에서 배우 황정민은 자신을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배우 나부랭이’라고 소개했다. 그 겸손한 수상 소감으로 그는 더 주목을 받았다.

허나 어디 이것이 배우뿐인가. 세상에는 남이 잘 보이는 곳에서 한눈에 주목을 받는 이들도 있지만 반면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며 다른 이들을 더 돋보이게 하는 이들이 더 많다.

“열심히 대패질을 하고 매끄러워진 악기 몸체를 볼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볕에 먼지들이 흩날리는 모습도 좋고요.”

바이올린 메이커(Violin maker) 송창진(28ㆍ순천 조례동)씨. 그녀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만든다. 공장에서 꾹꾹 찍어 만드는 것이 아닌 일일이 나무를 고르고 깎고 다듬고 칠하는 과정을 손으로 완성시켜 나간다.

처음부터 바이올린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녀는 대학 1학년 중반, 바이올린 활 대신 대패와 끌을 들었다. 정갈하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연습실 대신 톱밥이 자욱한 공장을 찾았다.

서울에서 그리고 미국 시카고의 대학에서 공부하며 바이올린 메이커로 인정받기까지 꼬박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동안 스물여덟 꽃처녀의 손에는 굳은살이 깊게 자리잡았다.
“시카고에서 공부할 때, 다들 놀라더라고요. 작고 어린 동양의 여자아이가 자기 몸보다 큰 첼로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즐거웠어요. 제 손을 통해 악기가 만들어지고 그 악기를 누군가 연주한다는 것이요. 제가 처음 만든 악기를 연주가가 연주할 때는 눈물이 나더라고요.”

보통 바이올린 한 대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3개월. 바이올린의 가장 얇은 몸체가 2.5밀리미터. 그러니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나무가 깨지고 또 쪼개지고 만다. 매 순간 즐기고 집중하지 않으면 악기는 완성되지 않는다.

“악기에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고 생각해요. 살아있는 거예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죠.”

그녀는 나뭇결을 사랑하고 나무 냄새를 좋아하고 뽀얗게 날리는 나무 가루도 사랑한다. 그 나무들로 만드는 악기에 사랑이 담기지 않을 수 없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