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좌도농악 꽹과리 고수(高手) 송기만 선생

좌도농악 꽹과리 고수(高手) 송기만 선생

by 운영자 2010.03.03

“흥 나는 우리 소리 사라지니 아쉽지”

“사람이 없어. 지대로 굿판 벌일 줄 아는 사람은 이제 다 늙어서 못 허고, 젊은 사람들은 요것에만 집중해서는 안 하고. 내가 안 허믄 싹 다 없어져불까 봐 걱정 돼.”

호남좌도농악 꽹과리 고수(高手) 송기만(76?순천 조례동) 선생. 듣기만 해도 ‘절로 흥 나는’ 우리 놀이가 없어질까 봐 마음이 급하다.

“저 봐봐. 요즘 사물놀이하고는 달라. 요즘 것처럼 장단이 빠르지 않고 느릿느릿하지만, 절로 어깨춤이 나고 흥이 나는 것이 우리 우도 농악이지.”

정원대보름 마당 밟기 공연 비디오를 보여주는 송기만 선생의 어깨가 덩실덩실 느리게 움직이고 입은 절로 벙그러진다.

“굿만 했다하믄 어찌 그리 재미진가 몰라.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구경하고, 흔들흔들 덩실덩실 춤도 췄지.”

50, 60년 전만해도 굿판은 마을 사람 모두의 축제였던 덕에 꽹과리를 배운 것도 그저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에 섞여서였다. 딱히 배워야지 마음먹지 않아도 절로 배우게 됐다.

그래서 꽹과리를 친 지 몇 년이 됐는지 정확히 계산이 되지 않는다. 굳이 해를 셀 까닭도 없었다. “몸으로 가슴으로 배우고 느낀 것”이라는 송 선생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흥에 겨워 굿판을 익히며 배운 것이 실력을 인정받아 상도 꽤 많이 받았다. 1991년 39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민요 부문 우수상, 92년 전국예술문화제 농악 부문 대통령상, 94년 전남 좌도 벅구놀이 우수상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2000년 한인 초청으로 미국 콜로라도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농악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배운다는 사람이 나오믄 내 것을 싹 갈차줄라고. 하나도 안 빼고 그대로 갈차줘야지. 그래야지 우리 것이 안 잊히고 오래오래 남지.”

송기만 선생은 ‘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꽹과리를 칠 것’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가르쳐주고 나야 편할 것 같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