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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혼식 올린 박채규-지점심씨 부부

금혼식 올린 박채규-지점심씨 부부

by 운영자 2010.05.20

“반백년 해로의 비결은 욕심 부리지 않는 것”

“몰라. 올해 딱 50년 됐으니 계산하면 몇 년도에 했는지 알겠지. 동짇달에 하기는 했는데. 12월20일에 했든가. 요새처럼 결혼식을 하는 것이 아닌게.”

결혼식을 치렀던 해도, 치른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그 흔한 결혼기념일 한번 챙기지 않고 지냈지만 박채규(73?순천 상사면)-지점심(72)씨 부부는 반백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 그리고 지난 8일 드디어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금혼식을 올렸다.

신랑 스물한살 신부 스무살 때 먼친척 삼촌의 소개로 만나 신붓감은 신랑감의 잘 생긴 인물에 반해 신랑감은 신붓감의 선한 인상이 좋아 부부의 연을 맺어 지금껏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아 온 부부.

“싸울 일이 없어. 안싸운디 어떻게 싸운다고 말해. 그냥 안싸워. 성가실 일이 없어. 또 싸울 일이 있어도 참고 힘들어도 이해하면 되지.”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돈이야 많이 있으면 좋지만 이만큼 살 수 있으면 됐고 같은 해에 결혼했던 4쌍의 부부들중 자신들만이 오롯이 남아 있는 것만 보더라도 행복한 것 아니겠냐며 남의 것을 보고 내가 가진 것과 비교하고 헛욕심을 부리는 것이 싸움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도 만나서 살아보고 싶은데 이 사람은 다시 나하고 산다네.”
이제는 예전처럼 많은 농사일을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기에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박채규-지점심씨 부부.

남남이 만나 산과 강이 다섯번 바뀌었을 그 세월을 살고도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또 더 살겠다는 부인 지씨가 내심 남편 박씨는 좋은지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순천광양 교차로 이지은 기자 / mariantn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