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석채화가 김현승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

석채화가 김현승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

by 운영자 2010.10.27


부드럽고 편안하고 아늑한 돌가루 그림

“작품에 등장하는 꽃들은 목련이나 구절초 등 우리 눈에 익숙하죠. 길을 가다 만나는 꽃과 새를 보며 소재로 삼았어요. 그 안에 삶의 희노애락을 한줄기 빛을 넣어 그림 밖의 보이지 않는 염원까지 담아내려고 했어요. 이번 10회 개인전의 주제는 사랑이기 때문이죠.”

작품 하나 하나를 보며 설명을 곁들이는 석채화가 하곡 김현승 화백을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만날 수 있었다.

하곡 김현승(49) 화백은 고흥에서 태어나 순천 매산고와 경희대학교를 졸업했다. 개인전 및 다수의 그룹전과 초청전시회를 가진 그는 현재 석채화가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인물이다.

최근 그는 광양시 초남에 갤러리를 열고 ‘김현승의 열 번째 이야기’에 시민들을 초대한다. 광양경찰서 앞에서 초남 쪽으로 직진하다보면 장어구이로 유명한 식당가가 나온다. 그곳에서 100미터 정도 전진하면 왼쪽 언덕배기에 보라색 예쁜 집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제자들을 만나는 작업장이 따로 있고 소담한 집 위 아래층에 김현승 화백의 작품이 놓여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천년의 세월을 드리운 기와나 풍우를 견뎌낸 돌, 여인네들 옷자락을 적시며 칼질을 하게 한 낡은 나무도마, 항아리 뚜껑이 심심하지 않게 등장한다.

옛 생활도구를 마다하지 않고 그 위에 친근하게 얹힌 맑고 고운 파스텔톤의 그림을 보면 고단한 마음이 쉬어가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빛깔의 돌가루로 표현된 그의 그림은 거칠지 않다. 누가 보더라도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마력이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의 춥고 외로운 마음이 그림에 보였지요. 그러나 이번 전시작품에는 새들이나 꽃, 석류 등 소재들이 외롭지 않고 서로 더불어 있지요. 사람과 자연이 교감을 나누고 사랑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돌가루가 주는 입체감과 질감이 느껴지는 그의 그림은 작업시간이 길다.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이 살아날 때까지 작품과 씨름하며 2% 부족한 실수의 연발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세계로 나가기 때문이다.

“실수라고 해서 덮어버리면 실패가 되어 발전이 없죠.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노력하고 단련해나가며 세상 안으로 젖어들어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곡 김현승 화백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피안의 정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쁨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가 그림 속에서 지향하는 것도 ‘소통이 원활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안목이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내 그림 안에서 ‘참 평화를 얻고 일상의 기쁨’을 얻으시기 바란다”는 김화백의 덕담에 기대어, 짙어가는 가을빛과 함께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순천광양 교차로 조유록 기자 / jazz2001@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