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그림전 ‘스스로 그러하다’ 여는 이은영씨

그림전 ‘스스로 그러하다’ 여는 이은영씨

by 운영자 2010.11.24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좋은’ 슬픔

“먼저 그림을 보고 얘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제가 그림에 대해 다 말해버리면 보고 느낄 여지가 줄고 제한되잖아요.”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 그림은 아무래도 근접하기 어려운 예술 분야 가운데 하나다.

헌데 작가 이은영은 스스럼없이 “그림에 답이 없다. 보는 사람이 느끼는 그대로가 정답이다” 얘기한다.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한 덕일까. 스르르 그림 감상에 대한 경계가 풀리고 그림 이야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고요하다.
번잡한 세상에 그녀의 그림은 고요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어느 것 하나 눈과 마음에 거슬리는 것이 없다.

“‘스스로 그러하다’가 전시의 주제고, 또 그것이 제가 그림을 그리는 자세예요. 억지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 그게 바로 ‘스스로 그러한 것’이거든요.”

마음속의 ‘스스로 그러한 것’을 그림으로 표출해내기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떤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는다. 부지불식간에 쌓인 오만가지 생각과 감정이 그저 영화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길을 걷다가 툭 터지면 그것을 화폭에 담는 것이 ‘그림’이다.

이은영의 그림은 불친절하다. 그녀가 일일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처럼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대신 숨표(,)와 말줄임표(…)가 자주 눈에 띈다.

“저는 생각의 단초만 제공할 뿐 나머지는 보는 사람의 몫이에요.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거죠. 그리고 쉼표, 말줄임표에 더 많은 말이 담긴 거예요”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의 열린 결말이 그림에 있다. 그러니 그림을 보며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이게 뭘까?’ 궁금해하는 그 순간, 훗날 ‘아, 그 그림에서 이걸 애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무릎을 툭 치게 되는 그 순간 한번 더 생각하고 공감하게 될 테니.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그리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것이 뭐가 되든 제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을 거예요.”

‘그림 그리는 일이 가장 나다운 일’이라는 그녀는 스스로 그러하게, 그녀다운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화가 이은영의 ‘스스로 그러하다’ 그림전은 오는 25일까지 순천문화예술회관 1ㆍ2전시실에서 열린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