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드럼, 음악, 행복의 유효기간 길어”

“드럼, 음악, 행복의 유효기간 길어”

by 운영자 2011.01.12

정적인 겨울에는 열정의 냄새가 더 깊다.
순천 조례동 ‘쟁이드럼스튜디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둥딱둥딱’ 타이어를 두드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우스꽝스러울 것 같은 타이어 두드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타이어를 두드리며 드럼 스틱의 감을 익히는 거예요. 드럼 스틱을 엿가락처럼, 마치 자신의 손가락처럼 여기는 것이 드럼 연주의 기본이거든요.”

드럼스틱을 강하게 쥐고 강하게 내리치는 것이 드럼 연주의 전부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음악 장르에 따라, 연주법에 따라 스틱을 쥐는 것도 달라진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관악부를 뽑았어요. 그게 드럼과의 첫 인연이죠.”

하지만 순조롭지는 않았다. 처음 시작 한 달 정도만 학원에서 배웠을 뿐 고교 시절 내내 독학으로 드럼을 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찰악대에 입대해 드럼에 대해 더 알았고, 음대 대신 서울의 재즈아카데미에서 배우며 드럼에 대해 더 제대로 배웠다.

“전자악기 같은 경우는 버튼을 눌러 소리를 변경하고 음량을 조절하지만, 드럼은 그게 아니에요. 오로지 사람의 몸으로만 소리를, 분위기를 조절하거든요? 그게 매력이죠. 폭발하려는 마음을 절제해 분위기를 다스리고, 터질 듯한 감정을 다 뿜어내고….”

절제와 발산의 정중동(靜中動)이 드럼이란 악기의 매력. 그는 날마다 1~2시간은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한다. 다른 사람이 연주한 곡의 느낌과 연주법, 연주자의 감정 상태까지 완벽히 이해하려 같은 곡을 100번 이상 듣기도 한다.

드럼을 연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연주할 때 호기를 부리지 않는다. 그저 즐기며, 삶과도 같은 연주를 계속 해 나갈 뿐이다.

“음악, 드럼의 유효기간은 길어요. 휴대폰은 바꾸면 6개월이 즐겁지만 드럼은 지금껏 내내 즐겁거든요. 행복의 유효기간이 20년이 넘는 셈이죠. 어쩌면 20년의 몇 곱절일지도 모르고요.”

드럼을 연주하며 빙긋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을 본다. 드럼, 행복의 유효기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순천광양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