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향기로운 오후 보내는 박상배 화백

향기로운 오후 보내는 박상배 화백

by 운영자 2011.03.31

그림과 함께 행복한 제 2의 인생

눈을 들면 사방이 화사한 봄빛인데 자연이 주는 색조보다 더 아름다운 색조의 그림들이 사람들의 허전한 마음을 붙잡는다.

이순(耳順, 60세)이 되어서야 어릴 적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고 지인들을 모아 첫 전시회를 연 박상배 화백.

4년여 그림 공부를 한 화백의 첫 전시회의 제목은 ‘향기로운 오후’다. 나지막한 음성으로 작품 소개를 하며 “어릴 적 꿈을 이제야 이루게 되었어요” 라고 덧붙일 때마다 오랜 바람이 빛을 보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마치 길고 긴 겨울 한파를 꿋꿋하게 견뎌내고 갈색 나뭇가지마다 색색의 꽃순을 달고 있는 나무들 같은 ‘향기로운 오후, 그림전’에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봄빛을 닮은 희망을 훔쳐간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근무했어요. 지난 2007년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평생 가슴 속에 품었던 ‘그림공부’를 시작했지요. 어릴 적부터 지녔던 그림에 대한 애정을 살면서 지워본 적이 없거든요. 가장의 의무를 다하고 나면 꼭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리라 다짐했죠.”

그렇게 시작한 그림공부는 스승 이갑수 선생을 모시고 시작됐다. ‘향기로운 오후, 회갑 기념 박상배 전’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한 그의 그림에는 풍경과 인물이 공존하고, 젊은 여인의 누드에서는 생명의 빛이 소담스레 발한다.

일상에 몰두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가 선택한 제 2의 인생은 평소에 꿈꾸던 삶처럼 인생의 후반기에 누리게 된 ‘향기로운 오후’와 닮았다.

30년 가까이 이 나라 산업기반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 그의 그림전에 온 후배 강용구(광양제철소 생산기술부)씨는 “일상에 몰두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펼쳐낸 선배님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전시회를 통해 어엿한 화가의 길에 입문하였지만 그는 예나 지금이나 현실과 이상 모두를 소중하게 여긴다. 늦깎이 그림 공부에 몰두하는 자신을 내조하는 부인과 함께 중마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느라 바쁜 중에도 항상 붓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어릴 적 꿈꾸던 그림은, 내게 미지의 세계를 알게 하고 많은 꿈을 이루게 해줘요.” 박상배 화백의 끝맺음 말에서 삶의 열정과 용기가 주는 ‘생의 맛’이 꿈틀거림을 느낀다.

[교차로신문사 김수현 기자 / chokkk@paran.com]

사진설명-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에게 작품 설명을 하는 박상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