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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어버이날 효행자 분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유은주씨

제40회 어버이날 효행자 분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유은주씨

by 운영자 2012.05.14

“우리 어머니 치매는 ‘천사 치매’예요”
“우리 어머니는 ‘천사 치매’에 걸리셨어요. 좋은 기억만 간직하셔서 좋은 말만 하시거든요.”기억을 잃고 끝내 자신마저 잃게 되는 치매라는 병에 ‘천사’라는 수식어를 붙인 유은주(66?순천 조곡동)씨.

유씨는 지난 8일 제40회 어버이날, 효행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어머니를 늘 존중해드리려고 노력했어요.”

시집온 지 40년. 시어머니를 존중하니, 남편도 친지들도 그리고 꼿꼿한 시어머니도 자신을 존중해주더라는 유씨는 지금껏 어머니 살림 하나를 마음대로 바꿔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어머니의 뜻을 지키고 살았다.

“어머니는 자존심이 강하고 매우 영리하고 지혜로우신 분이셨어요. 말씀도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시고 당신의 생각을 번복하는 일이 절대 없으셨죠.”

교사인 그녀가 일을 하는 동안, 깔끔하고 정갈한 어머니가 살림을 도맡았다. 고부지간이지만 어머니에게 살림을 맡길 만큼 격의가 없이 지냈다.

꼿꼿하던 시어머니가 무너진 것은 2009년. 며느리인 유씨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병원에 가 ‘치매’라는 판정을 받고 병원에 모셨다.

하지만 평소 정갈하던 시어머니는 기억을 잃은 와중에도 요양사도 거부했다. 유씨는 정년퇴직 후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제쳐두고 어머니가 70년 동안 사셨던 어머니의 집으로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가 사시던 곳에 가시면 좀 나아질까 싶어 모셨어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1년 7개월여 만에 사람들을 알아봤어요. 그리고 조금 더 지나니 앉아서 책도 보실 정도로 건강해지셨어요.”

어머니가 치매를 앓은 4년 동안, 유씨는 기꺼이 어머니를 모셨다. 콩ㆍ깨ㆍ녹두 등 다섯 가지를 준비해두고 소화가 어려운 어머니가 질리지 않도록 번갈아가며 미음을 쑤고, 대소변을 치울 때고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2~3일에 한번은 꼭 목욕도 시켜드렸다.

“병이 깊을 때는 움직이지를 못하셨어요, 그러니 욕창이 생기더라고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 길로 약국에 가 거즈와 약을 사 하루에도 4~5번을 발라드렸어요. 그랬더니 한달이 조금 지나자 깨끗이 낫더라고요. 지금도 그 자국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살뜰하게 시어머니를 돌보는 유씨는 사실 다리가 불편하다. 지난 2001년 수술해 연골이 없는 상태.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는 큰 숨을 쉬어야 할 정도. 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어머니 돌보는 일에 우선하느라 미처 하지 못했다.

“아직은 어머니가 우선이에요.”

수술을 하게 되면 3개월은 어머니를 요양사에게 맡겨야 해 유씨는 망설여진다고.

유씨는 바람이 하나 있다.

“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리고 바람이 하나 더 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 없이, 주무시듯 돌아가셨으면 해요.”

[교차로신문사 / 최명희 기자 chokkk@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