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장애인 활동보조 봉사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 사라졌어요!”

“장애인 활동보조 봉사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 사라졌어요!”

by 운영자 2012.09.06

장애인활동보조 봉사하는 순천제일고 위재환ㆍ전상재군
대학 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도 대신 써주고, 봉사활동 시간도 엄마가 대신 채워주고, 토익 시험도 대신 봐주는 ‘꼼수’가 난무한 세상에 꼼수 없이 묵묵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정성으로 봉사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이 있다. 순천제일고등학교 2학년 위재환ㆍ전상재(17)군.

같은 반 단짝인 재환ㆍ상재군은 지난 4월부터 중증장애인의 활동 보조인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30분 중증장애인이자 순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기도 한 김철호씨의 집을 찾는다.

늘어지게 한숨 자고 싶은 토요일이지만 둘은 봉사 시간에 늦은 적이 없다. 재환ㆍ상재군이 하는 일은 김철호 소장의 손발이 되는 일.

물건을 가져다주는 작은 일부터 옷을 갈아입히고, 목욕을 돕고, 신발을 신기고, 휠체어를 챙긴다. 이따금 무거운 물건을 옮기기도 하고, 종종은 청소도 한다.

이 모두가 김철호 소장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 그래서 둘의 활동은 더 의미 있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명단을 줬는데, 장애인 활동보조 봉사는 그동안 안 해 본 새로운 봉사활동이라 해봐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재환ㆍ상재군은 그 첫 마음을 5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친구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하냐’며 되묻지만, 둘은 ‘함께’라서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이라 즐겁다.

이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목욕 돕기와 옷 갈아입히기를 꼽는다. 생전 처음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목욕을 돕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은 충격이었다고.

“첫 만남에서 목욕을 하시겠다며 옷을 벗으시는데 정말 당황했어요. 지금은 적응이 됐지만 처음은 진짜 놀랐죠. 또 아기가 아닌 어른이 옷 입는 것을 도와드리는 일도 처음이라 좀 어색했고요.”

지금은 손발이 척척 맞아 능숙하게 해내지만 5개월 전 첫 봉사활동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울 정도다. 5개월의 중증장애인 활동 보조 봉사활동을 하며 둘은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도움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김철호 소장님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또 실행에 옮겨 결과를 도출해내시는 걸 보면서 장애인이라고 해서 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장애인이라 못 한다’는 편견은 장애인 활동 보조 봉사를 하며 싹 깨졌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한가도 깨달았다.

“처음 시작할 때 ‘1년은 하자’ 저 자신과 또 우리 둘이 약속했어요. 그 약속을 지키고 싶어요.” 이미 고등학생 봉사활동 이수시간인 60시간은 재환ㆍ상재군에게는 무의미한 시간이 됐다. 시간을 채우는 봉사가 아닌 마음을 채우는 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96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