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이연진 가사비송사건 담당판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이연진 가사비송사건 담당판사

by 운영자 2012.09.27

법원이 달라졌다
무거운 권위의 옷 벗고 상처 받은 이들 곁으로
“상처 주고받은 부부 마음 보듬고, 자녀의 행복 찾는 것이 최선”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이연진 가사비송사건 담당판사 <… 이로써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한다. 사건본인들의 친권행사자로 원고와 피고를 공동으로 지정하고 양육자로 원고를 지정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 5월 12일까지 월 50만원씩을 매월 말일에 지급한다. 땅땅땅.>

재판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을 울리는 명료한 판사봉 소리와 무표정한 얼굴, 검은 옷의 권위적인 판사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가사사건 조정실의 재판 모습은 조금 다르다. 가사사건에서는 최종적 판단에 앞서, 당사자 간에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조정 절차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정기일에서 판사는 무거운 권위 의식 대신 부부 또는 부모의 마음으로, 법원에 온 이들을 먼저 어루만지고 행복을 찾는 길을 안내한다.

무조건 양육비를 조금만 주겠다는 당사자에게는 상대방이 아이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인 면 등의 어려움을 충분히 설명해 공감하도록 하고, 반드시 아이를 자기가 키워야겠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에게는 부모 쌍방의 여러 사정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아이의 의견을 진지하게 고려해 조정에 임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부부와 자녀가 법원의 비용으로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의뢰하는 것도 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형사 재판의 경우는 분위기가 무겁고 진중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비교적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가사사건의 경우는 조금 다르죠. 사랑해서 결혼을 한 사람들이 이혼하려고, 또 이혼 후에 다시 법원에 온다는 것은 물론 어느 한쪽의 잘못도 있어서겠지만, 결국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또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이연진 가사비송사건 담당판사는 “그래서 일방적인 판결보다는 부부가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율하는 자리를 마련해 원활한 합의점에 이르도록 판사와 조정위원, 상담위원 모두 온 힘을 다 한다”고 말한다.

이혼만으로도 충분히 상처 입은 자녀와 부부 모두가 덜 다치고 더 행복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이연진 판사는 “가사재판에서 판사는 날 선 판단자의 역할만이 아니라 후견적, 복지적 차원에서 상담자와 치유자의 몫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사사건들을 맡으며 느꼈던 생각과 재판 과정에서의 인간적인 고뇌 속에서도 늘 “이 재판으로 마음을 다치는 이들이 없었으면 한다”는 이연진 판사는 “당사자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는 판사가 되겠다”고 덧붙인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963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