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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홍차연구소 김영애 소장

세계홍차연구소 김영애 소장

by 운영자 2012.10.30

“홍차의 매력 알리는데 앞장서요”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어깨는 더 움츠러들고 마음도 따라 움츠러든다. 따뜻하고 그윽한 차 한 잔 마시면 온 몸이 부드럽게 풀릴 것만 같다.차 한 잔이 그리운, 차 한 잔이 소중한 계절이 왔다.

‘차(茶)’라고 하면 언뜻 녹차가 먼저 떠오르지만, 녹차의 인기는 국내에서는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을 뿐 세계 차 소비시장은 홍차 82%, 녹차 15%, 우롱차 1.5%로 홍차가 대부분이다.

“마치 녹차가 차의 전부인 것으로 아는 것이 안타까워요.”

세계홍차연구소 김영애(58?순천 남정동) 소장은 ‘차=녹차’라고 여기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차는 차나무의 잎을 덖어 만드는데, 발효 정도에 따라 녹차·백차·황차·우롱차(청차)·홍차·흑차로 나뉜다. 즉, 녹차는 발효를 하지 않은 차의 대표라면 홍차는 발효차의 대표인 셈이다.

홍차가 좋아 홍차를 공부하고 있지만 김 소장의 첫 차는 우리 차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녹차며 전차 등 우리 차를 먼저 접했어요. 하지만 차보다는 다도(茶道)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현실이 싫었어요.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도라는 형식에만 지나치게 치우치면 본질인 차가 잊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됐죠. 그래서 다른 나라는 어떤지 살펴보고 싶었어요.”

차가 좋아 차를 더 많이 알기 위해 미술교사를 그만둔 김 소장은 그 길로 식품영양학과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을 오가며 다른 나라의 차에 대해 공부했다. 차는 공부할수록, 마실수록 더 매력적이었다.

“차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돼줬어요.”

그녀는 스스로 차가 다른 삶을 살게 했다고 덧붙인다.

‘한 잔 차(茶)로 곧 참선이 시작된다.’ 고려의 명문장가 이규보는 차시에서 차를 통해 참선에 이른다고 했다.

김영애 소장도 “차 한 잔에서 그때그때 다르게 나는 향과 맛에 집중하다보면 절로 명상이 된다”고 말한다. 그것이 차에 빠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 됐다. 차 한 잔을 두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차의 다른 매력이라고.

김 소장은 차를 사랑하며 차와 함께 곁들일 차 음식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알아갔다. 그렇게 쌓인 지식들은 <맛과 멋을 디자인한 차 음식의 세계>라는 책으로 묶어졌다.

열심히 차 공부를 하던 그녀는 우연히 유럽에서 홍차를 만났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도자기 안에 담긴 향그러운 홍차는 그녀에게 새 세상을 보여줬다.

모든 차가 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그녀가 홍차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된 데는 다양함과 어울림에 있다.

“홍차는 다양한 변신이 가능해요. 홍차 자체만 우려 마시는 ‘스트레이트티’도 맛있지만 우유와 만나면 밀크티가 되고, 딸기나 와인 등과도 참 잘 어울리는 ‘블렌드티’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녀는 홍차 자체의 맛과 향은 물론이고 과일, 설탕, 와인 등 다양한 재료와 잘 어울리는 홍차의 포용력을 사랑한다. 더군다나 개개인의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내는 다양한 종류의 홍차는 정말이지 ‘매력적’이란다.

“차를 마시면 행복해요. 요즘은 차꽃을 그리고 있어요. 어느 정도 작품이 갖춰지면 차와 함께 차꽃 전시를 할 계획이에요.”
김 소장은 앞으로의 삶도 차와 함께 할 계획이다.

또 홍차를 널리 알리고 우리나라 차로 만든 홍차의 보급화에도 노력할 예정이다. 그 노력 중 첫 번째가 전남도농업기술원과 함께 국산 녹차를 이용해 고품질 홍차 제조 기술을 개발,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고 두 번째가 <홍차, 그 화려한 유혹>이라는 책을 낸 것이다.

딸기를 넣은 홍차를 앞에 두고 김 소장이 자신이 쓴 <홍차, 그 화려한 유혹> 책을 꺼낸다.

“몇 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차의 전부가 녹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홍차의 매력도 알게 될 거고요.”
홍차를 사랑하는 그녀의 볼이 홍차처럼 붉어진다.

[교차로신문사 / 최명희 기자 cmh96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