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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순천 매산고 문왕철 교사

인터뷰 - 순천 매산고 문왕철 교사

by 운영자 2012.12.19

“다문화이주여성과 함께 한 삶 행복합니다”
책 <아껴 쓴 세월 이야기> … 다문화이주여성들과의 끈끈한 우정 담아
▲다문화이주여성들과 함께 한 순천 매산고 문왕철 교사

‘얼마나 소중했기에 아껴 썼을까’
순천 매산고등학교 교사가 펴낸 책 <아껴 쓴 세월 이야기>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짧다고 하면 짧지만 길다고 느끼면 또 긴 것이 인생. 헌데 문 교사는 인생을 아껴 썼다고 했다. 순간순간이 늘 귀하고 소중해 함부로, 막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책에는 문 교사의 개인적인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다문화이주여성들과의 인연과 그로 인한 활동들을 가치 있게 담아내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일들을 수없이 만났겠지만 문 교사는 다문화이주여성들과의 첫 만남을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요한 순간으로 꼽는다.

문 교사가 다문화이주여성들과 만난 것은 ‘순천외국인한글학교’를 통해서다.

“우연이었어요. 처음에는 영어교사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 오히려 다문화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한국의 문화를 알리게 된 거죠.”

‘순천외국인한글학교’의 처음 모습이 전남도교육청의 교과교육연구회였던 것도 바로 영어교사들이 다문화이주여성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2003년 문을 연 순천외국인한글학교는 현재까지 500여명이 넘는 외국인과 다문화이주여성들이 한글을 배우고, 한국의 문화를 알아갔다.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참 많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도 많지만, 낯선 나라에 와 고생하던 이주여성들의 모습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부부 갈등과 육아를 비롯한 가정 문제, 직업 등 다문화이주여성들에게는 산처럼 높은 일이거든요.”

문 교사는 소통의 어려움과 다른 문화로 인한 차별을 겪는 다문화이주여성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함께 해결하고 또 행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응원하며 그것으로 큰 기쁨을 얻었다.
9년째 운영되고 있는 순천외국인한글학교는 단순히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상황, 삶과 역사, 윤리와 예절, 관습, 노래 등을 가르친다.

또 한국을 이해하고 모국을 알리는 다양한 체험활동은 물론 한국어자격증과정과 자녀들에게 태국어와 베트남어, 중국어를 직접 지도하는 다문화어머니모국어반, 다문화희망어머니합창단 등도 운영 중이다.

또 법무부 사회 통합 프로그램 거점 운영기관으로 선정돼 국적취득에 필요한 사회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순천외국인한글학교는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에도 더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다문화이주여성들이 정착해 자녀를 낳으며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언어·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부적응, 학습 부진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한국인이지만 ‘이방인’이라며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 교사는 “다문화가정 2세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문제들을 해결해가기 위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독서 논술, 영어·수학, 태권도 특강과 다문화이주여성들의 문화를 함께 배우는 다문화교육, 순천다문화어린이합창단 ‘짱뚱이와 두루미’ 등을 구성, 다문화가정 2세들이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진행하고 있다.

“다문화이주여성들과 자녀, 가족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사는데 작은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합니다.”

문 교사는 다문화가정의 행복을 통해 그간의 노력이 보람으로 승화된다며 웃는다.

한편 문 교사는 2010년 올해의 스승상, 2011년 제4회 세계인의 날 대통령 표창, 가천문화재단 다문화 도우미 대상 등을 수상했다.

[교차로신문사 / 최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