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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순천대 졸업한 김민자, 김푸름 모녀

<인터뷰> - 순천대 졸업한 김민자, 김푸름 모녀

by 운영자 2013.02.26

“우리는 09학번 동기 동창”
은근한 학점 경쟁 ‘자극’ 딸은 엄마 작품 첫 평가자
엄마는 수업 중 조는 딸 안 깨우는 ‘쿨한 친구’

엄마와 딸이 나란히 09학번 대학새내기로 입학해 2013년 2월 함께 졸업했다.

엄마 김민자(50·문예창작과)씨와 딸 김푸름(24·생물환경학과)양이 지난 22일 열린 2012학년 순천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나란히 학사모를 썼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 ‘동기 동창’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아쉬움 없어요. 학교 다니는 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힘든 것도 많았거든요.”

4년 동안 엄마와 아내, 며느리 등 기본 역할에 학생이라는 자격이 하나 더 추가된 김민자씨는 대학 4년을 후회 없이 아쉬움 없이 보냈단다.

지체장애 3급으로 움직임이 어려웠던 김씨는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책을 가까이하며 문학을 동경했다.

그러다 동경의 대상으로가 아닌 현실로 문학과 부딪히고 싶다는 생각에 문예창작을 공부하게 됐다. 대학졸업장이 아닌 ‘공부’가 목표였기에 학과 생활은 즐거웠다.

하지만 동기들과의 관계는 걱정이 많았다. 나이가 많아 자칫 교수님과 학생 그 중간의 무엇이 되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 평소에는 스스럼없이 ‘이모’라 부르며 동기들과 친하게 지냈고, 수업 시간에는 그녀의 작품에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딸 김푸름 양도 김씨의 학교생활의 숨은 조력자였다.

김씨가 시 창작 과제를 처음으로 검사 맞는 이들은 푸름 양을 비롯한 가족들. 입에 발린 칭찬보다는 ‘그 표현은 진부하다, 버리는 것이 낫겠다’ 등 평에 인색한 것이 더 많지만 그마저도 자극이 됐다.

“저는 엄마가 운전하는 차로 등하교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싫거나 불편한 점은 별로 없었어요.”

푸름 양은 개방적인 엄마 김씨 덕에 학교생활에 제약은 전혀 없었단다. 하지만 함께 듣는 교양과목 시간, 졸고 있는 푸름 양을 깨우지 않을 만큼 ‘쿨한’ 엄마 때문에 오히려 민망했다고.

엄마와 딸이 함께 공부를 하는 터라 은근한 학점 경쟁도 됐다. ‘내가 엄마보다 더 못할 순 없지’ ‘딸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되겠어?’ 하는 선의의 경쟁이 서로를 더 공부하게 만들었다.

“4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집안일을 도와주고 응원한 두 딸들과 남편, 조언을 아끼지 않던 교수님, 동기들 모두 도움이 컸다”는 김씨는 다른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취업을 준비 중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계획이다. 또 3학년 때부터 계속하고 있는 신춘문예 도전도 계속할 작정이다.

푸름 양은 자격증 취득 등 공부를 조금 더 해볼 생각이다.

졸업을 한 뒤에도 엄마 김민자 씨와 딸 김푸름 양은 서로의 꿈에 다가서는 데 경쟁자로 또 조력자로, 영원한 동기동창일 터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963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