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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름다운가게 8년째 봉사하고 있는 김혜락씨

<인터뷰> 아름다운가게 8년째 봉사하고 있는 김혜락씨

by 운영자 2013.04.17

“이거 안 쓰시는 거면 가져가도 될까요?”
▲사진설명-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김혜락씨(사진 맨 오른쪽)

“어머, 이렇게 멀쩡한 것을 누가 버렸을까. 집에 가져가서 깨끗이 닦으면 새것 같겠네.”

걷다가도 쓸 만한 것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김혜락(58)씨. 그녀는 재활용수집가가 아니다. 리폼전문가도 아니다. 아름다운가게의 자원봉사자인 ‘활동천사’다.

2005년 아름다운가게 매곡점이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활동천사 김혜락씨.

7년 5개월, 350회, 1972시간 30분.

그녀의 이름 뒤에는 낯선 숫자가 따라다닌다.

이 숫자는 아름다운가게에서 7년 5개월동안 350회, 1972시간 30분을 자원봉사 했다는 것을 말한다. 쉽게 풀어보면 한달에 22시간의 자원봉사를 한 셈. 물론 이 시간은 김씨가 사전에 정해진 시간에 한 봉사시간만 누적된 것이지 실제 봉사인원 부족으로 일을 도와야했을 때나, 지나는 길에 아름다운가게가 바빠 황급히 도운 것 등은 포함되지 않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다 더한다면 2000시간은 훨씬 넘는다.

김씨는 아름다운가게 내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정리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주로 한다.

“어떻게 보내나 똑같은 하루잖아요. 집에서 편히 보내나, 아름다운가게에 나와서 봉사를 하며 보내나. 그 똑같은 하루를 나와 내 이웃을 위해 더 의미 있게 쓰고 있어서 행복해요.”

김씨는 아름다운가게에서 활동천사를 하며 일상을 더 의미 있게 보내는 일들을 깨달았단다. 가정을 돌보며 지내던 때는 미처 보지 못 했던 어려운 이웃과 자원의 재활용, 나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그녀는 그간의 활동 가운데 지난겨울 아름다운가게의 수익금 배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푸드뱅크 봉사를 하며 알게 된 가정인데, 아이와 아빠가 모두 아파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집이었어요. 먹을 것은 시나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추운 겨울을 나아야 할 이불이 너무 얇고 지저분하더라고요.
그것이 갈 때마다 마음에 걸렸는데, 수익금 나눔을 통해 새 이불을 바꿔줄 수 있게 돼 정말 좋았어요.”

남의 집이지만 뽀송하고 두툼한 이불이 깔린 모습을 보고서는 내 집의 이불을 바꾼 것마냥 기분이 좋았다.

좋은 일은 소문내고 다른 이들에게 권하기 마련.

김씨는 아름다운가게의 자원봉사인 활동천사를 딸에게 권했다. 지금 딸인 최수인씨도 활동천사로 일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선물 상자 같아요. 내일은 또 어떤 분들이 어떤 것을 기증해주셨을까 설레기도 하고, 어떤 분들이 이곳을 찾을까 기대가 되기도 해요.”

받는 이는 뭐가 들어있을지 몰라 기대가 되는 선물상자. 김씨에게는 아름다운가게가 선물상자란다. 그 안에서 오만가지 좋고 필요한 것들이 쏟아지는 선물상자 말이다.

매일매일 선물상자를 열어보러 가는 길, 즐겁지 않을 수 없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96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