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인터뷰> 순천여성장애인합창단 ‘느림여행’

<인터뷰> 순천여성장애인합창단 ‘느림여행’

by 운영자 2013.11.07

“노래 한곡을 딱 끝냈을 때의 성취감 ‘최고예요’”
작년 9월 결성 … 여성장애인 15명 활동
노래 통해 ‘즐거움’ 찾아 … 지역 내 행사서 공연도
내달 4일 탑웨딩홀서 합창 공연

▲지난 6일 순천 탑 웨딩홀에서 여성장애인합창단 ‘느림여행’이 연습 중이다

이들은 모든 것이 느리다. 걷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느리다.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느림보 거북이가 묵묵히, 끝끝내 결승 지점에 도달하듯 이들 역시 그렇다.

순천 여성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 ‘느림여행’

누구는 장애인전동휠체어를 타고, 누구는 다른 이의 손에 의지해야 하는 불편한 몸이지만 15명의 합창단원들은 매주 수요일 정오면 순천탑웨딩홀에 모인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합창 연습을 위해서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여기 ‘사람’ 부분에서 알토 파트는 확실하게 음을 내려줘야 해요. 자, 그 부분부터 다시 갈게요.”

“어? 또 그러는데? 자, 다시! ‘사람’ 부분을 더 음을 내려서 부르세요.”

순천시립합창단 박형주씨의 지도로 15명의 여성장애인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지난 9월 여성장애인단체 ‘행복한 사람들’ 소속 장애인이 모여 만든 ‘느림여행’은 매주 수요일 1시간씩 노래 연습을 한다. 1년여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좋아졌다’.

“처음에 지휘자 선생님이 ‘노래 한번도 안 불러 보셨어요?’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작년 9월만 해도 저희들은 거의 목소리가 안 나왔거든요.”

여성장애인단체 ‘행복한 사람들’ 최은숙 대표는 “얼마나 자신감이 없었으면 노래를 시켜도 목소리가 안 나왔을까 싶다”고 웃어 보인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들은 그저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아닌, 노래에 맞는 호흡법을 하고 음정에 맞게 노래를 불러 ‘조화’를 이룬다.

이렇게 오기까지는 숨은 노력이 있었다. 자주 모이기는 힘들었지만 연습 시간마다 자신들의 합창과 지휘자가 불러준 노래를 녹음해 서로 공유하며 듣고 또 들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합창곡만 들은 날도 있었다고. 몸이 불편한 탓에 폐활량이 부족해 원하는 만큼 음이 안 나올 때도, 호흡이 짧아 박자에 맞춰 노래를 못 부를 때도 포기 대신 더 듣고 더 연습했다.

“몸이 불편하셔서 소리 내는 것마저 조심스러운 분들이 지금 이 정도 합창을 하시는 것은 참 잘 하시는 거예요.”

박형주씨는 “느림여행이라는 이름처럼 1년 동안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발전했다”고 칭찬했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이었어요. 그런데 연습을 통해 소리가 하나로 모아지고 한 곡을 다 부르게 됐을 때 참 보람 있었어요.”

방은정씨는 노래 한곡 한곡을 배울 때의 그 성취감에 또 노래를 부르게 된단다.

이들의 목표는 오래오래 노래를 하며 외국에서도 공연을 해보는 것. 그 꿈이 허황되다고는 생각 않는다. 느리지만 꼭 그 목표에 도달할 테니.

‘느림여행’은 내달 4일 순천 탑웨딩홀에서 합창 공연을 한다. 김석 순천시의원의 대금 연주 등의 축하 공연도 마련된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