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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규방공예동호회 ‘한땀’

인터뷰> 규방공예동호회 ‘한땀’

by 운영자 2013.11.18

“실·바늘과 100년 동거 할래요”
‘한땀두땀’ 꿰매면 삶이 즐거워져
20~22일 문화예술회관서 ‘규방공예 전시회’
손수 지은 조각보·향주머니 50여 작품 전시
‘즐기는’ 전시회 … 관람객과 매듭공예 체험도
<부녀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바늘이로대 …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 지 우금(于今) 이십칠 년이라. …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 겹실을 꿰었으니 봉미(鳳尾)를 두르는 듯,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首尾)가 상응(相應)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가 무궁하다. 이생에 백년 동거하렸더니, 오호 애재라, 바늘이여.>
조선시대, ‘자끈동’ 동강 난 바늘의 죽음에 슬픔과 섭섭함을 적은 유씨 부인의 ‘조침문(弔針文)’ 중 일부다.

바늘과 백년동거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슬퍼하는 유씨 부인의 모습은 바늘 대신 재봉틀과 세탁소가 익숙한 21세기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낯설다.

여기 유씨 부인의 마음을 절절히 이해할 이들이 있다. 규방공예동호회 ‘한땀’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규방공예’는 옛 여인들의 방인 ‘규방’과 기능과 장식을 조화시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인 ‘공예’의 합성어로, 장신구·자수·매듭·보자기 등 옛 여인들이 했던 전통 공예를 뜻한다.

2008년 바느질이 좋아, 옛 것이 좋아 삼삼오오 모인 이들이 만든 동호회 ‘한땀’.

40~50대 회원 13명은 나이도 고향도 다르지만 ‘바느질’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똘똘 뭉쳤다.
정기적인 모임은 주마다 1번씩이지만 이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날마다 만나 바느질을 한다. 뿐만 아니라 커피·도자기·사진·매듭 등 각자의 취미를 살려, 커피를 만들고 사진을 찍는 등 ‘재능기부’도 한다.

바느질이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일 것 같지만 이들은 서로를 향한 진심어린 조언과 비법 전수도 서슴없다.

“규방공예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뭉쳤지만, 5년여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한 정과 신뢰가 많이 쌓였어요. 자신의 작품에 충고를 하기도 하고 조언을 해도 기분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서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한다는 마음이 더 크죠.”

윤난희 씨는 한땀 동호회의 끈끈함의 비결을 정과 신뢰라고 덧붙인다.

“저희는 버리는 것이 없어요. 결혼할 때 입었던 낡은 한복, 못 쓰는 보자기, 자투리 천 모두 저희에게는 보물이에요.”

강송리씨는 규방공예의 매력 중 하나는 귀한 자원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이란다.

손을 통해 전해지는 마음과 정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도 실·바늘과 100년 동거 할래요!”

이들의 소원은 ‘조침문’을 쓴 유씨 부인처럼 바늘과 실과 100년을 동거하는 것.

전통을 아끼고, 느림의 소중함을 아는 ‘한땀’ 모두의 꿈이다.

이들은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순천문화예술회관 2전시실에서 규방공예전시회를 연다. 회원들이 만든 조각보, 모시 발, 향 주머니, 노리개 등 50여개 작품이 전시된다. 관람객과 함께 즐기기 위한 ‘매듭’ 체험도 함께 한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