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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읍 빵 굽는 할아버지 할머니

승주읍 빵 굽는 할아버지 할머니

by 운영자 2014.11.14

빵집 없는 승주에서 빵 굽는 냄새가?
순천 지역사랑복지학교, 어르신 대상 ‘제빵동아리’ 운영

주 1회 빵 구우며 이웃과 정 나눠
▲ 밀가루를 개량하기 전 저울의 눈금을 확인하고 있는
박영아, 고순자, 김재엽, 허남, 성경자, 장영업 어르신(사진 왼쪽부터)

새하얀 옷에 갈색 앞치마를 야무지게 묶고,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도록 모자도 단단히 챙겨 쓴다.

순천 승주읍의 70~80대 어르신 15명은 매주 수요일이면 편안한 일복과 점퍼 대신 밀가루처럼 새하얀 제빵사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날만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제빵사’가 되는 것.

순천시 승주읍 구강리의 지역사랑복지학교(대표 조병철)는 지난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지역의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제과제빵 교실을 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을 재원으로 농어촌희망재단에서 지원해 운영된다.

어르신들은 그날 만들 빵 분량의 재료를 개량하고, 체에 밀가루를 내리고, 버터를 녹여 반죽하며, 빵 모양을 만들어 오븐에 굽기까지 빵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한다.

“전 붙이고, 개떡은 만들어봤지만, 이렇게 빵을 만들어 본 것은 처음이지. 시골 할머니들이 무슨 오븐을 써봤겠어! 근데 하면 할수록 재밌어. 맛도 있고.”

빵 만드는 것을 본 적도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어르신들은 ‘첫 경험’이 마냥 달콤하기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 승주에는 빵집이 없어요. 가끔 빵이 먹고 싶어도 순천 시내까지 나가야 하니까 엄두를 못 냈지. 가끔 자식들이 다녀가며 사온 빵을 나눠먹는 게 전부야, 다들.”

박영아 어르신은 “빵을 배우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다같이 빵을 나눠 먹게 됐다”며 “수업 덕분에 빵 구경을 하는 호사를 누린다”며 웃었다.

지역사랑복지학교에서 빵을 굽는 수요일은 동네 사람들의 잔칫날이 된다.
▲ 어르신들이 만든 빵은 지역주민들과 즐겁게 나눠 먹는다.

수업을 통해 배워서 만든 빵을 동네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갓 구워진 빵은 만든 이들뿐만 아니라 인근 경로당과 복지관, 실버대학까지 전달된다.

일주일에 한번씩 따끈따끈한 빵을 받아든 승주읍의 어르신들은 저마다 엄지를 치켜세운다.

“뭐든 같이 나눠 먹어야 맛있어. 집에서 혼자 먹을라고 해봐. 이 맛 안 난다니까.”

‘함께’의 소중함과 ‘나눔’의 행복을 경험으로 안 어르신들은 ‘식기 전에 우리가 만든 빵 한쪽 먹어 보라’며 크게 빵 한쪽을 떼 서로의 입으로 넣는다.

한편 사단법인 지역사랑복지협의회는 지역사랑복지학교, 실버대학 등을 운영하며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