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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중앙동 상인들, 밴드 ‘병따개’를 만들다

순천 중앙동 상인들, 밴드 ‘병따개’를 만들다

by 운영자 2013.07.26

“중앙동에 가면~ 옷가게도 있고, 신발가게도 있고, ‘병따개’도 있고”
어릴 적 하던 ‘시장에 가면’ 놀이를 기억하는지. 시장에 있는 모든 것들을 누가 더 많이 나열하느냐를 겨루는 놀이인 ‘시장에 가면’을 ‘순천 중앙동에 가면’으로 바꿔보자.

“중앙동에 가면 옷가게도 있고 신발가게도 있고 식당도 있고 ‘병따개’도 있고”

옷가게, 신발가게 식당은 알겠는데, ‘병따개’는 뭔가 싶다. 진짜 병을 따는 병따개일까? 답을 먼저 말하자면 ‘아니’다.

순천 중앙동의 ‘병따개’는 진짜 병따개가 아니라, 중앙동 상가 상인들이 만든 밴드의 이름이다.

‘병든 세상을 음악으로 따뜻하게 하자’는 의미가 담긴 밴드 ‘병따개’. 이들은 음악을 통해 상인들 간의 소통을 도모하고 나아가 중앙동을 찾는 시민들과 문화적으로 교류하기 위해 밴드를 만들었다.

“상인들끼리 함께 음악을 배우며, 음악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서로의 힘든 점,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즐거운 일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먼저 사람으로 치유 받고, 음악으로 한번 더 치유 받게 되지요.”

밴드 ‘병따개’ 최철용 단장은 “밴드 활동을 통해 상인들 간 결속력도 다지고, 스트레스도 푼다”고 덧붙인다.

중앙동 상가의 상인들은 지난 4월 밴드 ‘병따개’를 결성, 기타·드럼·보컬 등 포지션별로 개별 교습을 받았다. ‘생초보’ 밴드에게 악보 보는 법, 기타 쥐는 법 등을 걸음마부터 가르치는 이는 문화의거리 내 카페 와일드허니파이의 주인장이자 어쿠스틱밴드 와일드허니파이의 류종현씨.

기타를 생전 처음 잡아보고, 드럼을 실제로 처음 보는 등 음악과는 ‘별개’로 살던 상인들은 밴드 활동의 힘든 것보다는 즐거움을 더 먼저 알아가는 중이다.

드럼을 더 연습하고 싶어, 쓰레기통 뚜껑과 쟁반 등을 총동원해 손수 드럼을 만들어 연습한 드럼 주자 김영대씨의 일화는 굳이 밴드 활동의 ‘묘미’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한달 가량 포지션별 개인 연습을 한 이들은 지난 5월부터 합주를 시작했다.

가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 쉬어야 할 시간인 저녁 10시. 밴드 ‘병따개’는 거의 날마다 모여 카페 와일드허니파이에 모여 합주 연습을 한다.

하루 일의 피곤함이 켜켜이 쌓였을 시간이지만 이들의 연주에는 힘이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얼굴에도 즐거움이 가득하다.

“누구나 음악을 즐기고, 자유를 갈구하던 때가 있잖아요? 그 시기를 지나면 가정을 꾸리고 밥벌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나보다는 가족을 더 먼저 생각하는 ‘생활인’이 되곤 합니다.

병따개 밴드는 잊고 있는 ‘나’를, 일상의 ‘활력’을 주는 것 같아요. 이렇게 즐거운 것을 보면 말이죠.”

장운태 순천원도심상인연합회 회장은 “상인들이 즐거워야, 중앙동을 찾는 이들이 즐거워지고 그래야 또 시민들이 중앙동을 찾게 돼, 원도심이 활력을 찾는다”고 말했다.

초짜 밴드지만 이들은 이미 2번의 공연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12일 중앙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마련한 ‘초복 닭죽 대접행사’에서 중앙동의 어르신들 앞에서 처녀 공연을 했다. 이들은 이 순간을 “떨리지만 짜릿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두 번째 공연은 20일 열린 중앙동 천태만상축제. 순천 중앙동 상인들이 주축이 된 축제에서 이들은 그저 주변인이 아닌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이 돼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다.

오늘(26일) 정원박람회장 중앙동의 날 행사에 ‘병따개’의 3번째 공연이 예정돼 있다.

“열심히 연습하고 즐겁게 실력 키워서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신나는 공연을 할 겁니다.”

밴드 병따개의 목표는 단 하나. ‘즐겁게’ 그리고 ‘함께’ 어우러지는 것.

기타와 베이스, 드럼, 건반 그리고 노래까지… 서로 다른 악기와 소리들이 만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밴드 병따개는 어찌 보면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모여 하나의 조화롭고 활기찬 상가를 만들어낸 중앙동의 모습과 닮아있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9630@hna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