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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전남공예품대전 대상 광양 김연오 작가

[화제의 인물] 전남공예품대전 대상 광양 김연오 작가

by 운영자 2015.07.13

‘어떤 화살 만들어볼까’ 즐거운 고민… “꿈에서도 화살이 주인공”

궁시장 김기 선생 화살 작품에 매료6년 간 이수 … 전통 재현+창작
신우대·싸리나무 등 재료 직접 준비
130여 차례 손 거쳐야 비로소 완성
화살 형상화한 관광 상품 개발도
“화살 만들어 쏠 수 있는 체험장 꿈”


총이나 미사일, 핵폭탄 등이 더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것들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활은 멀리 있는 적을 물리치는 ‘최종병기’였다.

뿐만 아니라 정신을 집중해 과녁을 조준하고 조심스레 시위를 당겨야 하는 활은 선비들의 정신수양 방법이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활과 화살.

국궁 동호인들도 대량 생산한 화살을 쓰며 찾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지만, 화살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이가 있다.
광양의 김연오 작가(40).

김 작가는 지난 5일 제45회 전라남도 공예품 대전에서 ‘삼국시대 궁시’를 재현해 대상을 수상했다.

김 작가는 18년 전 전남무형문화재 제12호 궁시장 김기 선생의 작업실에서 처음 화살을 만났다. 항아리 가득 꽂힌 선생의 화살 작품에 매료된 김 작가는 그 다음날부터 꼬박 6년을 한번의 결석도 없이 화살을 배웠다.

“모르겠어요. 화살이 왜 좋은지. 그런데 화살을 생각하면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우리나라 시대별 다른 화살을 재현하는 것도 재미있고, 나름의 생각을 더해 창작하는 것도 좋고요. 종일 화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김 작가는 “어떤 때는 꿈에서도 화살이 나온다”며 웃는다.

김기 선생에게서 화살을 배운 김 작가는 그것을 토대로 끊임없이 전통 활을 재현해내고 또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고 있다.

“겨울 물이 마른 신우대를 채취하고, 백중 전후로 복숭아나무 껍질을 얻는 등 화살을 만드는 재료는 모두 제 손을 거쳐요.”

김연오 작가는 12월부터 2월 사이 물이 말라 단단해진 신우대를 찾아 해남과 완도 등을 찾는다. 여기서 채취한 신우대는 한나절은 양달에 또 한나절은 응달에 번갈아 말리기를 꼬박 1년여를 거친 뒤, 잘 마른 신우대를 불에 구워 반듯하게 편다.

바람의 방향을 조정하는 깃대는 겨울 단단해진 꿩의 깃털을 쓴다. 다양한 모양의 화살촉도 모두 직접 깎아 만든다. 화살을 활시위에 끼우는 오늬는 속이 단단한 싸리나무를 써야 한다.

백중 전후 10여 일 동안만 벗겨낼 수 있는 복숭아나무 껍질은 오늬를 감싸, 습기 차는 것을 막아 화살을 오래 쓸 수 있도록 돕는다.

1년여의 준비과정과 130번의 손길이 가야 비로소 화살 한 자루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공들여 만드는 화살이지만 지금은 찾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다. 국궁 동호인들마저도 대량으로 생산되는 화살을 쓴다.
“국궁하시는 분들 80% 이상이 전통 활과 화살을 쓰지 않아요. 우리의 전통 이 잊히는 것이 아쉽죠.”

김 작가는 그러나 여기서 좌절하지 않는다. 우리의 활을 알리는 일에 더욱 열심일 뿐이다. 공예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열심히 만든 작품을 평가받고 또 그것이 자극이 돼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더 많이 이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활을 알리는 ‘선순환’이라 믿는다.

활과 화살 모양을 형상화한 시계나 화살을 축소해 만든 깃털다트 등 관광 상품 개발에 노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화살을 직접 만들어보고 또 쏘아볼 수 있는 체험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김 작가의 꿈은 활과 화살을 더 많은 이들이 직접 만들고 쏘아보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자연스레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고 소중히 여기게 되리라 여긴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