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부 인형극단 ‘꿀단지’
[인터뷰] 주부 인형극단 ‘꿀단지’
by 운영자 2015.08.20
인터뷰>주부 인형극단 ‘꿀단지’
“재밌어하는 아이들 덕에 저희도 즐거워요”
“재밌어하는 아이들 덕에 저희도 즐거워요”
40~50대 주부 5명 모여
2011년 호수도서관 인연
손바느질로 인형 제작도
도서관·순천만정원 공연
“실버극단 될 때까지 계속”
검정 두건에 검정 옷, 검정 토시까지 검정 이외의 다른 색은 얼굴빛 말고는 없다. 무슨 패션인가 싶지만, 이것은 인형극의 필수 패션이다.
두어 평 남짓 검은 막 뒤에 서려면 철저히 ‘내’가 아닌 인형극 속 주인공이 돼야 한다. 인형극을 보는 아이들이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오로지 인형이 되기 위한 작은 배려다.
지난 18일 순천그림책도서관, 주부 인형극단 ‘꿀단지’가 옷을 갖추고 인형을 챙기고 대본을 살피며 순서를 점검하는 등 인형극 준비에 한창이다.
11시. 기대에 찬 아이들 사이로 극이 시작된다. 이날 공연되는 인형극은 숲속의 다양한 동물과 먹이사슬에 대해 살펴보는 ‘숲속에서’. 순천의 둥지어린이집을 비롯 순천과 여수 4개 어린이집 아이들이 인형극 관람에 나섰다.
늑대가 뱀을 잡아먹으려고 하자 ‘안돼!’ 소리를 지르고, 주인공 세미의 방귀 소리에는 자지러지게 웃는 아이들.
주부 인형극단 ‘꿀단지’ 5명의 단원(선혜란·오윤주·정인엽·한진희·서미정씨)들이 5년이라는 시간동안 즐겁게 그리고 한결같이 인형극을 이어오고 있는 가장 큰 까닭이다.
지난 2011년 조례호수도서관의 자원활동가로 만난 이들은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친해졌고, 더 재미있게 책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인형극팀’으로 진화했다.
이후 조례호수도서관을 시작으로 연향도서관, 순천만정원, 그림책도서관 공연 등 순천 곳곳 아이들을 찾고 있다.
또 순천의 다른 인형극 팀들과 함께 3년째 춘천인형극제에도 참가했다.
“인형극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정서와 풍부한 감동을 줘요. 책과 더 친해지게도 하고요.”
정인엽씨는 인형극의 장점을 설명한다.
그러나 ‘꿀단지’들에게 인형극의 의미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처음 아이들에게 ‘주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받고’ 다시 채워지는 일이 됐다.
‘꿀단지’라는 팀 이름도 거기에서 착안했다. 단지에 가득 담긴 꿀이 영양이 되듯, 인형극을 선물하는 일이 아이들의 정서에 영양이 돼 가득 채워질 것이라는 뜻과 꿀같은 팀원들의 재능을 덜어내고 아이들의 행복함에 다시 힘이 충전된다는 두 가지 뜻이 담겼다.
더 좋은 인형극을 위해 이들은 극에 어울리는 인형을 직접 만든다. 스티로폼을 모양대로 깎아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천으로 감싸 손바느질로 인형을 완성한다.
전에는 자체적으로 동화책을 토대로 극본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림책도서관 공연을 하며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다.
“아이들 대부분 반응이 좋아요. ‘또 해주세요’를 외치기도 하고, 극 중에 ‘어? 그게 어디 있지?’라는 대사가 있으면 ‘저기 나무 뒤에 있어요!’하고 가르쳐줄 정도로 집중하죠.”
꿀단지를 이끌고 있는 오윤주씨는 “무섭다고 울고, 재밌다고 깔깔대고, 극에 참여해 인형들을 만져보고 하는 어린이들의 반응에 더 신이 난다”고 덧붙인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다시 무대에 서는 힘”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즐겁게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부러 내는 할머니 목소리가 아닌 ‘진짜’ 할머니 목소리가 나오는 그 때까지, 실버인형극단이 될 때까지 ‘꿀단지’의 꿀은 닳지 않을 터이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