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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씨의 ‘첫’도예전 … “흙이랑 놀면 재밌어요”

나래씨의 ‘첫’도예전 … “흙이랑 놀면 재밌어요”

by 운영자 2015.11.23

26일 탑웨딩홀 … 수익금 장애인 재활기금으로 기부
“장애인에 희망주는 전문작가로 성장하고파”
잘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 직업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장애인을 보는 사람들의 편견이다. 자폐성 장애 2급의 이나래씨(26).

나래씨가 그림을 그리고, 흙으로 도자기를 빚고, 한지로 공예품을 만들기 전까지 나래씨 가족들마저도 그렇게 생각했다.

선혜학교를 졸업하고 마땅히 갈 곳도, 할 일도 없었던 나래씨를 위해 가족들은 미술치료를 권유했다. 학창시절 곧잘 그림을 그리는 등 미술을 좋아하고, 대회에서 상을 받아왔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 속 이야기를 나래씨가 그림을 그리고 만들며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5년여 전 인연을 맺은 도자기는 자폐성 장애 2급 나래씨에게 ‘작가’라는 꿈을 꾸게 했다.
스스로 물감을 짜고, 물을 받아오고, 스케치북을 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흙을 조물거리며 도예 작품을 만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래씨가 스스로 하는 일이다.

“나래한테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너 흙 안 줄 거야’예요. 그만큼 흙을 만지고 자신의 생각대로 만들어보는 것을 즐거워하죠.”

나래씨에게 도예를 가르치는 이세영 지도교사는 “나래는 작품에 대한 확고한 자기 주장과 독창성이 있다”고 덧붙인다.

실제 나래씨의 작품은 자로 잰 듯 반듯하지 않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 매끄럽지 않다. 화병의 주둥이가 하트 모양인가 하면, 그릇 아래 발굽이 삐뚤게 붙어 있다. 접시의 모양도 동글거나 네모나지 않고 어느 한쪽이 삐뚤거나 울퉁불퉁하다.

하지만 불규칙 가운데서도 규칙이 있다.
흙을 길고 동그랗게 말아 감아올린 작품에는 두께와 간격이 일정하다. 표면을 손가락으로 눌러 문양을 낸 작품은 그 문양이 나란하다.

“매끄럽게 다듬어보면 더 예쁠 것 같은데? 발굽도 반듯하게 붙여 보자”하는 지도교사의 권유에도 나래씨는 “싫어요”라며 고개를 젓는다. 하기 싫다는 의미가 아닌 ‘이대로 맘에 든다’는 표현이다.

나래씨가 도자기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좋은가 봐요. 이따금 나래의 작품을 사가는 지인들이 있는데, 그 돈을 주면서 ‘네 작품 팔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정말 좋아해요.”

나래씨의 어머니 조선희씨는 “나래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도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으로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나래가 그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며 웃는다.

나래씨는 재미있는 도자기 만들기를 계속할 생각이다. 지도교사와 가족들은 나래씨의 재능을 오래도록 살려, 작가로 등단하도록 할 계획도 갖고 있다.

나래씨는 오는 26일 순천탑웨딩홀에서 생애 첫 도예전을 연다.
5년 도예 공부의 결과를 선보이는 자리로, 1년여 간 만들어온 접시며, 화병 등 생활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판매금은 나래씨와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기금 등에 쓸 계획이다.

이날 도예전에는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순천지부와 순천선혜학교에서 장애인들이 만든 천연비누 등의 수공예작품과 콩나물 등이 함께 판매된다. 또 토피어리와 식물, 꽃차 등 후원자들의 작품도 전시·판매한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