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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만이 희망이다 >>>‘순천만 천년초’오기조 대표

도전만이 희망이다 >>>‘순천만 천년초’오기조 대표

by 운영자 2016.01.22

봄부터 겨울까지 ‘내 마음은 내내 천년초밭’
IT 계열 직장인에서 농부로
천년초, 겨울 소득작물 ‘적합’
농사 미숙·판로 확보 어려워
‘핑거푸드’로 대중화 구상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그것은 거짓말.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흘러간 노래지만, 가수 김상진의 ‘고향이 좋아’ 노래 속 가사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대학 진학과 졸업을 기점으로 고향을 떠난다. 다른 지방으로 대학을 가기도 하고, 고향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진다. 그것이 도시가 아닌 농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농부이자 ‘순천만 천년초’ 오기조(35) 대표.

그는 다른 청년들과 달리 떠났던 고향 순천에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겨울이면 따뜻하게, 여름이면 시원하게 일했던 사무실이 아닌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추운 ‘논밭’으로!

▷ ‘돈 버는’ 농촌 꿈꾼다

오기조 대표는 올해로 6년차 ‘농부’다. 논에서 나고 자란 덕에, 종종 아버지의 일손을 도왔기 때문에 논밭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이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 됐을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새벽부터 밤까지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른 노동 강도는 힘에 벅찼다. 농부의 시간이 몸에 익을 무렵부터는 낮은 수익 때문에 마음이 힘들어졌다.

‘어떻게 돈 버는 농촌을 만들까’, ‘논밭이 쉬는 겨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며 공부하던 오 대표는 손바닥선인장(천년초)를 알게 됐다.

천년초는 영하 20도의 혹한도 견디는 강인한 식물. 게다가 우리 몸에 유용한 유효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을 챙기는 현대인들을 겨냥한 새로운 틈새 소득 작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이 서자, 5000여 평 밭에 천년초를 심었다. 천년초는 잡초를 뽑아주거나 열매를 일일이 따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환경에 예민하지 않은 덕에 잘 자랐다. 돼지와 소의 분뇨 퇴비만으로도 건강했다.

오 대표는 천년초 생육을 그대로 판매하는 대신 먹기 쉽게 열매와 줄기 100%를 가공한 착즙 음료를 ‘순천만 천년초’라는 브랜드로 상품화했다.

▷ 정직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다

하지만 순천에서 낯선 작물이던 탓에 판로를 찾는 일은 어려웠다. 한번은 겨울철 저온저장고 누수로 저장해둔 천년초 열매가 모두 썩어 폐기하는 시련도 겪었다.

건강식품이 워낙 매스컴 등의 영향을 많이 타는 터라, 천년초의 명성이 차츰 잦아들자 가공 공장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 대신 재배 규모를 2500여 평으로 절반 정도 줄이고, 직접 소규모로 가공시설을 구비하고 착즙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소량이라도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신념 때문이다.

무농약 인증을 받은 천년초에 화학 물질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100% 천년초 열매·줄기즙 만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

오 대표는 순천시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전남농업기술원, 친환경농업대학, 한국벤처농업대학 등에서 농업과 유통 등의 각종 교육을 이수하며 내공을 다졌다. 블로그나 카카오스토리, 카페 등 온라인과 모바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된 것도 교육을 통해 마케팅과 유통의 중요성을 깨닫고부터다.

▷ 변화·발전 위해 계속 공부 중

오 대표는 천년초를 토대로 변화 발전을 꾀하고 있다.

“천년초를 드셔보시고, ‘건강해졌다’ 하시며 인정해주시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죠. 그 보람 덕에 천년초를 더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겼습니다.”

오 대표는 천년초를 알리기 위해 정직하게 그러면서도 누구나 가볍게 천년초를 즐길 수 있는 과자나 초콜릿 등 가공식품을 개발해 대중화에 나설 계획이다.

봄부터 겨울까지 내내 천년초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는 오기조 대표. 아직도 어렵기만 한 농부로서의 삶에 천년초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고되면서도 또 그만큼 즐겁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