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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가 만난 사람> 황동 위 글의 맛과 멋 새긴다‘오정근 작가’

교차로가 만난 사람> 황동 위 글의 맛과 멋 새긴다‘오정근 작가’

by 운영자 2017.02.03

수년간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작업방식 체득
“붓으로 써낸 글씨와 그 글씨를 다시 옥돌 등에 새겨서 찍어낸 모습은 느낌이 많이 달라요. 재료의 특성과 작업방식의 작은 차이가 특별함이 되죠. 그게 바로 전각의 매력이고요.” 순천에서 전국을 무대로 활동 중인 서화가이자 전각가, 모전(募田) 오정근(54·사진) 작가가 밝힌 전각의 매력이다.

‘전각’은 흔히들 옥돌에 새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 작가는 색다르게 동판이나 황동에 글씨 등을 새긴 전각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오 작가는 “어릴적 서예와 문인화를 꾸준히 연마하면서 완성 된 작품에 낙관을 찍어야 했고 자연스레 전각을 하게 됐다”면서 “동판이나 황동에 글씨를 새기게 된 것은 전각 작업을 하면서 느낀 새로움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고.

동판이나 황동에 글씨를 새길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많지 않은데다 그 방법을 선뜻 알려주는 이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동판에 비해 강도가 2배 이상 높은 황동은 더욱 다루기 힘들고 까다로운 소재였다.

때문에 오 작가는 서울, 광주 등 전국을 돌며 관련 전시회와 서적 등에서 필요한 지식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자신만의 작업방식을 체득해냈다.

황동 작업은 종이에 글씨를 쓴 뒤 이를 옥돌에 전각도로 새겨 종이에 찍어낸 뒤 그 모습에 맞춰 황
동에 다시 전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이 같이 다소 번거로운 방법을 택한 것은 그렇게 해야만 재료의 특성과 글씨체의 멋과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이 같은 방법으로 황동장(도장) 하나를 제작하는 데는 대략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렇게 오 작가는 지난 2013년 순천시장 직인을 비롯해 순천시의 각 읍면동 77개의 직인과 2014년 순천시의회 의장 직인 등 다수의 직인을 제작해왔다.

이는 그동안 공문서에 사용돼왔던 가독성이 낮은 정체불명의 글씨체(기존 도장체 글씨) 관인이 알아보기 쉬운 한글 훈민정음체로 바뀌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오 작가는 “국내에는 아직 황동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해 국내 황동 작업의 활성화를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모전 오정근 작가는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 대한민국 서예술대전, 무등미술대전, 순천시미술대전, 전남도전 초대작가이며 광주시전, 순천시전, 전남도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등에서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 전각협회 이사, 법무부교정위원, 순천교도소 서화강사로 활동 중이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 특선 3회, 최우수상, 무등미술대전 특선 2회, 대상 그리고 지난 1995년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순천광양교차로 /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