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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내 위해 요양보호사 된‘박병회씨’

아픈 아내 위해 요양보호사 된‘박병회씨’

by 운영자 2017.07.10

43년째 류마티스 투병 중인 아내 간호
“아내와 함께 나란히 걷는 것이 소원”
“이 나이에 공부하는 게 쉽진 않았지요. 그래도 아픈 아내를 생각하며 열심히 했습니다.”박병회(83·사진)씨는 문제집 곳곳, 빼곡히 적어둔 메모들을 되짚어보며 감회가 새로운 듯 웃음 지었다.

박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치러진 ‘제21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휴대폰 문자를 통해서 합격 여부를 알려주는데 문자에 ‘합’이라고 적힌 글자를 보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지요.”

지난 2015년 11월 도전해 1년 반 만에 거둔 성과다.

첫 시험은 시간 배분에 서툴렀고, 두 번째 도전인 지난해 시험은 원서접수 이후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척추수술로 1년여 간 시험을 치를 수 없었다.

그러다 올 1월 다시 공부에 매진했고, 마침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40여 년 간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그가 늦은 나이에 요양보호사에 도전한 것은 아픈 아내 때문. 30대 중반에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43년째 투병 중인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막내딸 낳고 얼마 안됐을 때인데 그때는 나무를 떼서 살던 시절이었잖아요. 몸조리도 제대로 못한 채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던 아내가 어느 날 발목이 아프다더니, 그때부터 관절염을 앓았던 거지.”

아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병은 더욱 깊어졌고, 5년 전 낙상사고로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으면서 장애 1급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요양보호사가 되면 간호도 더 잘하고, 가계에 보탬도 될 것 같았어요. 다행히 연령제한도 없었고.”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는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순천의 한국간호학원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과정을 수강하며, 집에서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공부했다. 공부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중요한 내용은 적고 또 적으며, 뜬 눈으로 새벽을 맞는 일이 잦았다.

그는 치매를 앓았던 할머니에 이어 낙상사고로 거동이 어려웠던 어머니까지 젊은 시절에도 가족들의 간병을 도맡았지만 이번 공부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다고.

“휠체어 사용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됐고, 간병인으로서 필요한 기본 지식이나 개념들이 많이 생겼죠.”

또, 요양보호사가 요양보호대상인 가족을 부양할 경우 지급되는 지원금으로 아내에게 맛있는 반찬이라도 하나 더 먹일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박씨의 남은 바람은 아내와 함께 걷는 것이다.

“아내의 건강이 호전돼서 가까운 곳에라도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가고 싶어요. 나란히 함께 걷는 그런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순천광양교차로 /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