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애 첫 그림일기 펴낸 김영분 할머니
<인터뷰> 생애 첫 그림일기 펴낸 김영분 할머니
by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 2018.03.02
79년 희로애락 … 그림책에 담아 전시회까지
“11살 때 난리가 나서 피난을 갔는데 나는 세 살짜리 동생이 죽은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업고 다녔어요. 밤에 어떤 집 헛간에 잠을 자러 들어가서 그제야 동생이 죽은 것을 알았지.” 6.25 전쟁 당시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듯 울먹이던 김영분 할머니(79)는 “그래도 가슴에 담아두기만 했던 일들을 글로, 그림으로 풀어내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한다.
김 할머니는 최근 생애 첫 그림일기를 펴냈다.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이 순천시평생학습과와 연계해 지난해 4월부터 12주 동안 운영한 ‘내 인생 그림일기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김 할머니 외에도 순천시평생학습관 한글작문교실 초등반 어르신 18명과 중등반 어르신 1명 등 2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김중석 그림책작가와 한글작문교실 김순자 교사의 도움 속에 자신의 즐거운 추억과 아픈 기억들을 종이 위 다양한 빛깔로 옮겨냈다. 그렇게 평균나이 74세 어르신 20명은 각자의 인생과 꿈이 담긴 그림책 한 권씩을 손에 쥐었다.
“처음에는 동그라미도 못 그렸지.”
컵과 같은 둥근 모양의 물체를 대고서야 동그라미 하나를 겨우 그릴 수 있었던 처음과 달리 점차 꽃, 나무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됐다. 수업 전에 미리 와서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밤을 새며 연습하고, 손주들에게 특별 과외까지 받은 덕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도 결국은 재미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글도 마찬가지. 예전에는 이름 석자 밖에 몰랐지만 요즘은 책 읽는 재미에 하루가 짧다.
“배우기 시작하니 끝이 없어요. 배울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조급한 마음도 들고. 일찍 시작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충북 괴산군에서 오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김 할머니는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여자는 많이 배우면 팔자가 드세다’는 할머니의 만류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스무 살에 시집 간 곳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석 달이 안 된 집이었고, 신혼에도 하얀 소복을 입어야 했다.
“하루는 갑자기 어지러워 마당에 소가 싸놓은 오줌 위로 쓰러졌어요. 소 오줌에 범벅이 된 모습을 보고 시숙모는 지랄병(간질)에 걸렸다고 신랑을 불러 망신을 줬는데, 나중에야 임신을 해서 그랬다는 것을 알았지.”
고추보다 매운 시숙모 시집살이 속에 글은 배울 생각조차 못했다. 아들 둘, 딸 셋 오남매를 낳아 기르며 세월이 가는 줄도 몰랐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1990년경 막내딸이 있는 순천으로 왔고, 8년 전 막내딸의 권유로 한글 공부를 시작해 이곳 초등반 수업은 올해로 3년째다.
이곳에서 김 할머니는 글과 그림을 배운 덕에 가슴 속 깊이 묻어뒀던 낡은 기억들과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자식들은 내가 공부하는 것을 참 좋아해요. 베트남에 있는 작은 아들은 내가 전화로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면 꼭 가야 한다고 채근한다니까.”
남은 바람은 한글을 제대로 익혀서 하고 싶은 말들을 자유롭게 글로 써내는 것.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중국에 있는 맏아들한테 직접 편지를 쓰고 싶다고.
김 할머니를 비롯한 20명의 어르신은 오는 8일부터 열흘간 서울에서 그림(아트프린팅) 전시회를 갖는다. 이를 위해 전시 기간에 맞춰 서울에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할머니들의 그림책과 원화는 오는 13일부터 6월 17일까지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 할머니는 최근 생애 첫 그림일기를 펴냈다.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이 순천시평생학습과와 연계해 지난해 4월부터 12주 동안 운영한 ‘내 인생 그림일기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김 할머니 외에도 순천시평생학습관 한글작문교실 초등반 어르신 18명과 중등반 어르신 1명 등 2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김중석 그림책작가와 한글작문교실 김순자 교사의 도움 속에 자신의 즐거운 추억과 아픈 기억들을 종이 위 다양한 빛깔로 옮겨냈다. 그렇게 평균나이 74세 어르신 20명은 각자의 인생과 꿈이 담긴 그림책 한 권씩을 손에 쥐었다.
“처음에는 동그라미도 못 그렸지.”
컵과 같은 둥근 모양의 물체를 대고서야 동그라미 하나를 겨우 그릴 수 있었던 처음과 달리 점차 꽃, 나무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됐다. 수업 전에 미리 와서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밤을 새며 연습하고, 손주들에게 특별 과외까지 받은 덕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도 결국은 재미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글도 마찬가지. 예전에는 이름 석자 밖에 몰랐지만 요즘은 책 읽는 재미에 하루가 짧다.
“배우기 시작하니 끝이 없어요. 배울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조급한 마음도 들고. 일찍 시작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충북 괴산군에서 오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김 할머니는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여자는 많이 배우면 팔자가 드세다’는 할머니의 만류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스무 살에 시집 간 곳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석 달이 안 된 집이었고, 신혼에도 하얀 소복을 입어야 했다.
“하루는 갑자기 어지러워 마당에 소가 싸놓은 오줌 위로 쓰러졌어요. 소 오줌에 범벅이 된 모습을 보고 시숙모는 지랄병(간질)에 걸렸다고 신랑을 불러 망신을 줬는데, 나중에야 임신을 해서 그랬다는 것을 알았지.”
고추보다 매운 시숙모 시집살이 속에 글은 배울 생각조차 못했다. 아들 둘, 딸 셋 오남매를 낳아 기르며 세월이 가는 줄도 몰랐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1990년경 막내딸이 있는 순천으로 왔고, 8년 전 막내딸의 권유로 한글 공부를 시작해 이곳 초등반 수업은 올해로 3년째다.
이곳에서 김 할머니는 글과 그림을 배운 덕에 가슴 속 깊이 묻어뒀던 낡은 기억들과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자식들은 내가 공부하는 것을 참 좋아해요. 베트남에 있는 작은 아들은 내가 전화로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면 꼭 가야 한다고 채근한다니까.”
남은 바람은 한글을 제대로 익혀서 하고 싶은 말들을 자유롭게 글로 써내는 것.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중국에 있는 맏아들한테 직접 편지를 쓰고 싶다고.
김 할머니를 비롯한 20명의 어르신은 오는 8일부터 열흘간 서울에서 그림(아트프린팅) 전시회를 갖는다. 이를 위해 전시 기간에 맞춰 서울에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할머니들의 그림책과 원화는 오는 13일부터 6월 17일까지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